어디에서 그런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게 펑펑 울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선배 요양보호사에게 2시간의 재가방문을 위해 왕복 1시간을 써야할지 고민이라고 말씀드렸다가 이 일은 사명감이 없으면 못 한다고, 아직 젊으니까 다른 일을 찾는 게 좋을 거라는 조언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뭐랄까 차원이 다른 영역을 느끼고 싶다고 할까?
나는 부족한 2%의 사명감을 찾기 위해 아흔의 독신인 뮤즈를 만나러 갔다.
한달 전의 일이다.
그날은 기존에 활동하고 계신 요양보호사선생님께서 김치부침개를 부치고 계셨다. 어림짐작으로 일곱 장 정도가 소쿠리에 펼쳐져 있었는데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시면서 내가 체류한 2시간 내내 김치부침개를 부치고 계셨다(혼자 사시는데 왜 그렇게 많은 부침개가 필요하실까요. 두고두고 드신대요와 같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거실 걸레질을 하는 동안 나를 따라다니는 뮤즈의 눈. 도자기 먼지를 닦을 때, 깔개를 털고 제자리에 놓을 때 뮤즈의 표정에서 뭔가 2% 부족해 하는 느낌을 받았다. 깔개의 위치가 조금 어긋나있어서 그러셨나 싶어 주의를 기울이며 청소를 했다(사회복지사 선생님으로부터 기존의 요양보호사 선생님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왔기에 조심스러웠다).
다음날부터 서비스는 개시될 예정이었으나 사회복지사를 통해 활동을 안 하셔도 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마음에 안드실 수도 있지 싶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아흔의 독신 뮤즈와 재회를 했다. 손발의 협응력이 또래의 아이들보다 떨어진다는 손자를 재촉하며 서둘러 어린이집에 보낸 후 약속시간을 엄수하기 위해 나는 달렸다.
독신으로 조카들을 키우고 이제는 혼자 사신다는 뮤즈가 내 이름을 묻고 전화번호를 물으셔서 수첩 크기의 포스트잇에 적어드렸다.
이윽고 뮤즈가 집주소도 적어달라고 하셨다.
나는.. 혹시라도 아흔의 뮤즈가 나중에 고맙다는 인사로 택배라도 보내면 부담스러울까봐 동네 이름만 알려드렸다. 다시 뮤즈가 정확한 주소를 원하자 주소는 왜 알고 싶으신데요 하고 내가 묻자 뮤즈는 이렇게 말했다.
잘못 하면 고소하려고.
잠시 침묵이 오고간 뒤 나는 입고 있던 앞치마를 벗어서 개켰다.
죄송해요. 아무래도 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말을 반복하자 그제서야 뮤즈가 농담이었어 라고 하시는데 그 말이 더 무서웠다.
어디에서 그런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게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 나에겐 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하세요 라고 웃어넘길 여유같은 건 없다.
미친듯이 세 정거장을 걷다가 전철을 갈아타고 만나러 간 후배는 나보다 더 속이 상한 표정이다.
2019. 1. 21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