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님에게
저는 언젠가 도스또예프스끼처럼 '가난한 연인들'과 같은 서간문을 쓸 작정입니다.
아니 일기라고 해도 좋아요. 긴 독백을 써야 할 이유가 한 백만가지가 있지요.
새벽 출근을 준비하면서 스텔라님이 남긴 덧글을 확인했지요.
5시간 전에 남겼다고 하니 스텔라님께서는 간밤에 깨어 계셨다는 게 되네요.
무엇이 당신을 잠못들게 했을까요. 덧글을 달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어요.
저도 요즘은 늘 꿈을 꿉니다. 다채로운 꿈을 꾸기에 깊은 잠을 자지는 못해요.
찬바람이 불고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언제나 이렇지요.
오늘은 하루종일 막내조카와 저의 관계, 저와 이모의 관계, 엄마와 저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리고 얻은 결론은,
유레카! 세대와 세대간의 차이를 깨달았답니다.
엄격함과 너그러움의 차이.
저에 대한 엄마와 이모의 엄격함이, 막내조카에 대한 저의 엄격함이 닮아 있다는 걸 알았죠.
기대가 큰 만큼 상대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 댄다는 것 하나와
현재의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기에 타인에게 너그럽지 못하다는 점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어요. 그래서 내일은 막내조카를 만나면 한가지 실수에 대한 점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 아이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실수를 충분히 알고 있고,
제가 너그럽게 눈감아 주면, 두려워 하지 않고 자아를 찾아 갈 게 분명합니다.
현재 처한 저의 불확실한 직장 상황 때문에 아이에게 엄격하게 대하려 했다면 그건 분명 제 잘못이거든요. 이처럼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기까지 한나절이 걸렸답니다.
아이를 내 분신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성인이 되어 가면서 나와 분리될 때 겪어야 할 감정의 소용돌이는 이미 큰조카를 통해서 한번 겪었는데도 말이죠.
지나치게 사랑하지 말기. 미리 짐작해서 무언가를 해주기 보다 그가 필요로 할 때 적절하게 응답할 수 있도록 귀기울이기. 이런 생각을 하면서 퇴근을 했습니다.
저는 요즘 직장이 얼마나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드는가에 대해 밀도 깊게 체험하고 있답니다.
어쩌면 마라톤 경기에서 마지막 고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완주를 하든지 포기하든지.
그러나 오직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면서, 때로는 멈춰서 쉬다가 다시 뛰기를 반복하며 완주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제가 압니다.
스텔라님의 덧글에 고무되어 긴 덧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