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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야RINGOYA Apr 10. 2024

#11 やっと会えた!(드디어 만났다!)

마지막까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그것, 출산

2022년 7월 11일, 학수고대하던 출산 예정일이 되었다. 하지만 진통은커녕 제대로 된 가진통조차 온 적이 없었다.  새벽에 배가 아파서 진통인 줄 알고 병원에 가도 전혀 자궁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렇게 아기는 일주일이 지나도 엄마 뱃속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예정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

다음 날부터 진통 유도제를 써서 자연분만을 유도해 보자는 의사 선생님의 제안에 바로 입원을 결정했다.




입원 첫날은 하루 종일 배에 심장 박동 체크기를 붙이고 있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빠르고 힘차게 뛰는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것에 안심했다.


타국에, 첫 애에, 한국과 같은 산후조리 문화가 거의 없다시피 한 일본이기에 출산 후 병원에서만큼은 최대한 편히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 병원에서 제일 좋은 1인실 병실을 예약했는데, 고급 호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너무 쾌적하고 식사도 끝내주게 맛있었다. 출산이 아니라 그냥 쉬러 그 병실에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넷플릭스로 드라마도 보고, 푹신한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이런 호사 당분간은 없다는 마음으로 호캉스를 즐겼다. 다음 날 어떤 일이 닥칠지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다음 날 오전, 진통 유도 작전이 시작되었다.

진통 유도제를 한 시간에 한 알씩 먹어보고 차도가 없으면 진통 유도 주사를 맞는 순서였는데,

딱 한 알 먹고 나서 한 시간도 안되어 갑자기 아기의 심장 박동수가 뚝 떨어졌다.

150-160으로 뛰던 심장 박동수가 100 이하로...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과호흡 증세가 오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공포감이 밀려오고 눈물이 핑 돌았다.

눈물이 흐를 새도 없이 바로 간호사 선생님께서 내게 산소 호흡기를 채워주며 이렇게 말했다.



ゆっくり呼吸してください!
ママがちゃんと呼吸しないと赤ちゃんに酸素行きませんから。
(천천히 호흡하세요!
엄마가 제대로 호흡하지 않으면 아기한테 산소가 가지 않으니까요.)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면서 눈물을 꾹 참고 호흡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다행히도 금방 심장 박동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놀란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곧바로 의사 선생님께 1시간 뒤에 바로 제왕절개를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대로라면 진통 유도제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기는 진통이라고 하더라도 아기에게 위험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니, 제왕절개라니! 1시간 뒤에 수술이라고? 임신 중에도 예상 밖의 일들이 있었지만,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직전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출산인 거구나 싶었다.


출산 후에 들은 얘기로는 탯줄이 아기 머리에 감겨있었다고 한다. 당시에 재빠르게 제왕절개로 변경하는 판단을 내려주신 의사 선생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심장 박동으로 "엄마 나 힘들어"라고 사인을 보내준 아기에게도 고맙다.




분만실에서 함께 으쌰으쌰 해줄 예정이었던 남편도 꼼짝없이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자마자 분주하게 환자복을 벗고 수술대에 누웠다.


갑자기 옷을 다 벗겨서 추웠던 것도 있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갑자기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멈추려고 해도 멈춰지지도 않고 말을 하는데도 목소리까지 떨렸었다. 사람 몸이 이렇게나 떨릴 수 있구나 싶었다. 인생에서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어찌어찌 마취까지 하고 수술이 시작되었다. 전혀 아프지는 않은데 마치 줄다리기처럼 배를 강하게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은 계속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아이가 이곳 세상으로 나와주었다. 아기는 약간 짜증 난 듯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으으에에엥-! 하고 울었고 그 목소리가 귀엽기도 하고 웃겨서 나와 간호사 선생님들 모두 빵 터지고 말았다. 엄마 뱃속에 더 있고 싶었나?:)


아기는 초음파 사진에서 본 것보다 백 배, 천 배 아니 그 이상으로 조그맣고 귀엽고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눈을 뜨려고 용을 쓰면서 실눈을 뜬 것, 내 손가락을 잡아주었던 것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볼은 또 어찌나 부드러운지. 갓 태어난 아기의 피부는 그 어떤 것에도 비유할 수 없을 정도로 폭신폭신하고 부드럽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마법의 피부였다. 흔히들 찹쌀떡에 비유하던데 찹쌀떡으로도 그 느낌을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다.


(+) 참, 이런 에피소드도! 아기가 태어난 후, 긴장이 확 풀리면서 갑자기 구토 증세가 왔다. 토하고 싶다고 죽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찰나의 순간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본어로 말이 나오는 것이 새삼 신기하고, 진짜 일본에 오래 살긴 했구나 싶었다.





이렇게 나는 10달 하고도 8일 만에 사랑스러운 아기와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출산 후 4일 만에 아이와 모자동실을 시작했고 퇴원 후 산후 조리원이 아닌 집으로 돌아갔다.

우여곡절, 허둥지둥 신생아 키우기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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