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7일

by 꽃반지

지금이 2023년인가? 문득 이런 의문이 들다가 2022면 어떻고 2023이면 어떤가 싶은 생각. 술이 덜 깼다. 몽롱하고 나른하고 어지럽다. 배도 고프고.


식사와 술자리를 겸한 1차를 마치고, 사람들이 한잔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부른 거 말고, 칵테일 같은 거 마시고 싶어. 분위기 좋은 데서." 분위기. 술도 뭣도 모르지만 나는 분위기의 요정이니까.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맛있는 식당이며 근사한 카페를 찾아두는 건 언제나 내 몫이니까. 그 속에서 사람들이 웃는 걸 보는 게 좋으니까. 분위기라는 말에 처음 가보는 칵테일바로 일행들을 끌고 갔다. "분위기가 좋대요."


내가 찾았던 그 집이 분위기가 좋았나. 그건 잘 모르겠다. 술값이 비쌌다는 것, 물잔이 빌 때마다 직원들이 수시로 물을 채워준 것, 마른안주가 담긴 뚜껑 덮인 그릇을 휴지통으로 착각해 건드리지도 않다가 나중에야 알아차린 것, 그런 것이 기억난다. 사람들이 좋아했나. 즐거워했나. 아마? 아마도.


내가 언제까지 분위기라는 말에 이상한 책임감을 느끼게 될진 모르겠지만, 아무도 시키지 않은 분위기 요정직을 내려놓게 된다면, 그때의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술기운에 사람을 이제 그만 좋아해야겠어,라고 생각해봤다. 못 그러겠지. 못 그럴걸 아니까 술기운에 다짐하는 거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글도 쓰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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