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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반지 Jul 13. 2023

2023년 7월 13일

따밥

"전 따밥할게요."

내가 좋아하는 웹툰에서 주인공들이 심심찮게 하는 말이다. 대기업의 일잘러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들은 밥먹듯이 야근을 하고, 주말 출근을 하고, 식사 때를 놓쳐 따로 밥 먹기를 한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서도 보통 따밥을 한다. 모니터에 뭔가를 띄워놓은 채로 뭔가를 주섬주섬 먹는 이들의 뒤통수가 보인다. 나도 마찬가지. 나가서 먹어야 하는 날이면 나가는 이들 무리에 슬쩍 끼지만, 여느 날은 책상 위에 몇 가지를 펼쳐놓고 먹는다(기 보다는 씹는다에 가까운 느낌). 그런데 옆자리 짝꿍님은 늘 내 밥안부를 챙긴다. "안에서 드세요?" 하고 물어보고, 자기가 밖에서 먹는 날이면 "전 오늘 약속이 있어서요."하고 미리 말해준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소외받지 않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나른해진달까. 짝꿍과 나눈 오늘의 대화.


나: 안에서 드세요?

짝꿍: 네, 샐러드 사 왔어요.

나: 저는 오늘 밖에서 먹으려고요.

(잠시 뒤)

짝꿍: 이따 같이 먹을까요?

나: 샐러드는 어쩌고요?

짝꿍: 내일 먹죠 뭐. 같이 나가서 먹어요

나: 상하면 어떡해요?

짝꿍: 괜찮아요.


마침 나선 때는 비가 몹시도 쏟아져서, 우산에 후둑후둑 떨어져 닿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걸었다. 앞서 성큼성큼 걷는 짝꿍의 등을 바라보면서. 살아간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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