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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반지 Aug 31. 2023

2023년 8월 31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나에게 길 물어보는 게 싫었다. 일단 내가 길치인 데다, 핸드폰으로 찾아보는 귀찮은 수고를 나에게 전가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길을 물어봐도 너무 물어봤다. 외국인들까지도. 그러다 우연히 '사람들이 길 묻는 사람의 특징'에 대해 게 됐는데. 뭐, 당연한 소리겠지만 길을 알려줄 법해 보이는 사람에게 묻는다는 거였다. 친절해 보이는 사람, 자기 말을 듣고도 모른 척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나는 그 글을 읽고 나의 속마음과 달리, 나의 표정이나 인상이 퍽 친절해 보이는구나 싶었고,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이들과 나눈 대화가 내내 남았기 때문이다.


KTX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을 붙이며 했던 이야기들, 지하철 역에서 역시나 길을 묻던 아주머니가 "고마워요" 할 때 웃는 얼굴. 주고받은 말은 내용보다 온기로 기억한다. 타인과 타인 사이에 흐르는 건 대화여야 하고, 대화는 시퍼런 욕설과 상대에 대한 혐오가 아닌 온기였으면 하기에.


다들 눈을 막고 귀를 막고 산다. 눈은 핸드폰에 귀는 이어폰에 맡긴 채, 타인의 안부에는 아무런 관심 없이 살아간다. 나 자신의 안부도 챙기기 벅차기에. 흐르는 대화에 때로 마음을 기댈 수 있기를 빌며. 묻는 길은 최선을 다해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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