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다섯 시. 이른 저녁을 위해 자주 들르는 김밥집에 갔더니 부부가 탁자에 마주 앉아 밥을 먹다 나를 맞는다. 이제는 내 눈을 보고 알아서 햄이며 단무지를 빼주는 아주머니가 김밥을 마는 동안, 혼자 몇 술 더 뜨던 아저씨가 흘끗 아주머니를 돌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머니 곁으로 와서 봉지 몇 개를 벌려 바람을 넣어놓고 나무젓가락을 넣어둔다. 잠시간 빈 탁자에는 스탠 밥그릇과 반찬통 몇 개가 다닥다닥 귀를 맞대고 모여있었다. 마른 멸치, 총각김치 같은 것들. 탁자 위의 풍경이 퍽 다정해 보여서 줄곧 눈길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