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상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늘 한결같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하던 주인공이 문득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전철에 올라타는 것이다. 이 얼마나 소심하고 소극적인 일탈인지. 이토록 작은 일탈을 하면서도 심장이 지구 밖으로 솟구칠 듯 커다랗게 쿵쿵 울리는 이 작고 작은 마음의 주인공을 생각하면, 거참 안타깝고 가련하다는 마음이 절로 일지만 아무리 다른 일탈을 계획해봐도 주인공이 해낼 수 있는 일탈은 이게 다이다. 작가가 살아온 세계만큼만 쓸 수 있다는 그 말이 어찌나 사실인지.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작은 일에도 곧잘 심장이 쿵쿵 뛰는 사람이 소설을 꿈꾸면, 우주를 구하고 건물을 박살내고 로비를 하고 음모를 계획하는 일 따위는 꿈도 못 꾸고 그저 출근을 안 하는 결말을 자꾸만 상상하면서 기쁨에 겨워 웃고 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