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지하철을 탔을 때, 다리가 천근만근 일 때, 내가 서 있는 자리 앞에 앉으신 분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면 나도 모르게 몸의 모든 센서가 반응을 한다. 눈은 양옆에 서 있는 사람을 캐치하고, 손은 백팩 끈이나 들고 있는 종이 가방을 괜히 만지작거린다. 내리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비켜가면서 좌석에 앉아야 하기 때문에 동선에 걸리지 않도록 잰걸음으로 서 있는 위치도 조절해 보고.
이렇게 민첩하게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앞사람이 아닌 옆 사람이 일어나는 때도 자주 있다. 이럴 때 경기 도민인 나는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가방은 더 무겁게 느껴지고, 갈 길은 더 멀게만 느껴진다. 숏폼이 나를 유혹해도 다리와 허리가 너무 아프단 말이다(흑흑). 그래서 자리가 나면 배로 행복하다는 사실! 게다가 같이 지하철을 탄 지인과 양옆에 나란히 앉을 자리가 생기면 더 행복하다. 최강야구 직관 연석은 못 끊었지만, 지하철 연석은 가능하단 말이지. 한 명이 내리기 전까지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는 더 꿀맛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