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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나지행 Nov 16. 2019

#7. 글로벌 떠돌이에서 글로벌 거지로...

신이 내게 절교 선언을 하다


와... 한번 추락은 정말 끝도 없구나



나라를 옮긴후 처음 머물렀던 콘도


선택의 여지가 많이 없어서 한 다리 걸쳐 알게 된 지인 언니만 믿고 후퇴한 곳. 

쿠알라룸푸르

그 언니는 나에게 자신의 집을 숙소로 방을 하나 내주었다.

이틀 동안은 그동안의 정신적인 압박감으로 인한 긴장이 풀려 잠만 잤다.

오랜만에 한국 사람이 있는 집에 와서 마음이 편해져서일까? 그곳에서의 고생을 잊기로 하고 너무 맛있는 잠에 빠져든다.

잠을 깨고 나는

 '그래! 활기차게 다시 일궈나가 보자' 

리프레쉬를 시켜 시작된 일상. 그 숙소는 헬스장도 매우 좋았고 수영장도 너무 좋아 단순한 나는 행복이 다시 시작될 것만 같은 느낌?으로 

일을 만들기 위한 미팅을 다시 시작한다. 한 일주일이 지났을까 밖에 있는데 그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 너 나가줘야겠어."

"언니.. 뭐 화난 거 있으세요? 언니가 나가라면 나가긴 할 건데요. 저 아직 이 나라 아무것도 모르는데... 며칠은 시간을 주셔야 나갈 곳을 찾죠."

"넌 원래 네가 묵을 곳을 네가 찾아야 하는 입장이잖아? 내일까지 나가도록 해."


속으로는 뭐 이런 이상한 여자가 다 있나 생각을 했지만 그곳에 집이 없는 내가 잘못이고 상황도 좋지 못했으므로 약자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안 사실인데 그 여자는 그곳에서 노래방을 경영하던 여자였는데 한국에 인맥이 많은 나를 자신의 매니저로 일을 시킬 생각으로 반기며 오라고 한 거였으며 그 일을 할 생각을 하지 않자 이용가치가 없어 나가라고 한 것이었다. 그때 당시는 생각했다. 내가 한국에 있었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수준의 여자를 해외 나오니 이렇게 약자가 되어 휘둘리는구나. 너무 자존심 상해 미쳐 버릴 것 같은 기분... 내 처지가 한없이 불쌍했다.


역시 꿈이 있는 게 죄다...


한술 더 떠 이번엔 거지로...

     

나간다고 당당하게 말은 했지만, 두려움에 떨리기 시작한다.

싱가포르에서 친구들이 말레이시아는 매우 위험하다고 내게 잔뜩 겁을 줬기에 집도 절도 없이 친구 한 명도 없던 나는 너무나 무서웠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정신이 혼미해져서 일까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밖에 지갑을 두고 온 것도 몰랐다. 잠시 머물던 그 방에 도착해 그 사실을 안 나는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이제 책상에 올려놓았던 한국돈으로 3만 원이 되지 않는 돈이 전부였다. 그 여자에게 문자를 남겼다. 하루만 더 시간을 달라고...

밤새 몸이 덜덜 떨렸다. 추석 시즌이라 한국의 지인들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창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때 당시 가족들에게 연락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잠시 생각에 잠긴다.

당연히 도와주기보다는 “네가 그렇지 뭐...”라는 무시를 할 것이라고 왜 생각했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나는 가족들과의 대화 소통이 없었고 관계 회복이 된 지금을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에 있어서 회복이 되는 타이밍은 반드시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이 무너져도 쏟아날 구멍은 있는 거구나


싱가포르에 체류할 때부터 연락을 하고 지냈던 한국을 동경하는 한 말레이시안 중국계 친구가 있었다. 케이팝과 안무가 리아킴을 좋아하고 요가와 명상을 즐기는 사업가 친구였다.

말레이시아에 건너와서 한번 만났었는데 마침 그날 밤에 그 친구의 문자가 왔다.


“jenny~~ how are you?”

나는 그 친구의 문자에 

“no good.. sad and scare”라고 답을 했고,

그 친구는 즉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니?"

"나... 이 집을 나가야 하는데 갈 곳이 없어..."라고만 얘기했고, 그 친구는 다음날 점심때 밥을 함께 먹자고 하였다.

밥을 먹으며 그 한국 여자가 나가라고 했다고 말하자 그 친구는 이사를 자신이 돕겠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위로를 해주기 위해 번역기를 돌린다.

한국말로 꼭 내게 표현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번역기를 돌려 나오는 한국 발음을 따라 한다


“힘을 내십시오. 그녀는 나쁜 입니다.”

웃음이 나와야 할 번역인데 나는 웃을 수도 없다.

지갑을 잃어버려 돈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네가 돕더라도 이사 갈 집을 구할 수 없다고 얘기할 수가 없다.

명세기 사업을 한다는 한국 친구가 돈이 한 푼도 없다는 말을 나는 절대 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친구는 놀라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고...

나는 그제야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말을 했다.

“내 소유의 콘도가 있긴 한데 이미 렌트를 해줘서 그곳에 머무를 수는 없을 테고, 내가 돈을 조금 빌려줄게. 집을 일단 구하고 그다음 일은 차근차근 풀어나가도록 해.”

나는 미안해서 너의 돈을 받을 수는 없다고 했지만 그 친구는 고맙게도 이렇게 말을 한다.

“ 내가 해외에서 겪어본 일이야. 그래서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운지 알고 있어. 괜찮아. 내가 도와주고 싶어.”

그 친구의 도움에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너무나 따뜻하고 미안한 복잡한 감정이었다.


한국어 선생님이 되다.

     

로컬 친구가 나를 위로하려고 데려간 곳


이사하는 것을 친구가 도와주었고 날 응원한다며 그 친구는 나를 라운지에 데려갔다.

오랜만에 음악을 듣고 위스키를 마셨다.

친구는 한국어 열정이 가득해서 모든 말을 번역기를 돌려 거기에 쓰여있는 한국어 발음을 따라 했다.

그제야 나는 웃기 시작한다.

     

“제니! 힘을 내십시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쁜 입니다. 그녀는 미친 입니다!”

     

한류 콘텐츠를 팔 수 있는 로컬 파트너를 찾는 것은 둘째치고 나는 친구에게 돈을 갚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했다.

고민 끝에 형광등이 켜진다!  랭귀지 센터를 내 발로 찾아갔다.

스무 살에 처음 댄스 강의를 할 때 나를 강사로 써보라고 제안했던 그때처럼 

뻔뻔하고 당당하게 나는 랭귀지 센터로 가서 제안했다.

“한국어 선생님 혹시 필요 없나요? 나는 한국어 네이티브인데 나는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이용해 한국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수업료가 좀 비싸긴 합니다. 하지만 고용할 의향이 있다면 나를 고용하세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인맥이 필요하다고 느낀 나는 덧붙여 말했다.

     

“개인 수업 학생은 되도록 사업가들로 붙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한국어 선생님이 되었다.


신이 나를 도와주려고 그 친구를 보냈던 것일까?

     

아무도 없는 낯선 나라에서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늘이여 제게 절교 선언을 하신 겁니까? “라고 신을 원망했었다.

아... 나는 버린 자식이구나 생각을 했다. 아니면 이렇게 가혹한 상황이 올 수 있었을까?


그렇게 구세주처럼 등장했던 친구의 도움으로 나는 한국어를 가르쳤고,

어느덧 수익이 생겨나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 기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며칠 전까지 위쳇(wechat)으로 문자를 주고받던 친구다.

문자를 보내기 위해 왓쓰앱(whatsapp)도 찾아봤다.

그런데 그 친구의 계정은 사라지고 없다.

전화번호도 없는 번호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아직까지 의문인 사건이다.

그 친구는 신이 나를 도우려고 보냈던 천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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