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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나지행 Nov 16. 2019

#8. 또다시 시작된 난관, 이번에 국제 미아

현지 사업 파트너를 만났지만...


로컬 파트너를 만나다


2개국 언어를 늘 동시에 만들고 메일을 주고받았기에 바빴다 ;;;


한국어를 배우러 내게 온 사업가 친구들로부터 말레이시아 현 경제상황을 알아갔다.

그들에게 소개받아 사업가들의 인맥도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운 좋게도 매우 영리한 한 친구를 알게 됐다. 한국, 일본과의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으며

우리나라와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몇 년간 연구를 해왔고 심지어 이벤트 기획까지 해본 경험이 있는 친구다.

한국의 문화, 음식 모두를 좋아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마케팅부터 경영컨설팅까지 하고 있다. 여러 번의 미팅을 해온 결과 이 친구처럼 한국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친구가 없었다. 나에겐 최고의 조건을 갖춘 현지 파트너였다. 신이 났다.


그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무역에서 머릿속에 있었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꺼내놓기 시작한다.

온오프라인 마케팅은 외주를 주고 경영자문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전반적인 기획을 하는 것이 

내가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 잠시 만들었던 시스템과 유사했다.

당연히 말이 잘 통할수밖에 없었고 갑자기 든든 해졌다.

처음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그 친구는 휴대폰으로 자신이 내게 표현하고자 하는 말을 한국말로 찾아서 보여주었다.

'가려운 곳을 긁어 주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해외 나와서 정말 하고 싶었던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고, 그것을 문서로 만들고 있다. 내가 정말 일을 좋아하는구나  다시금 느꼈다. 


살아있음을 느꼈거든...


가려운 곳을 긁어 주었지만...


신나게 일을 했다 하더라도 나는 그의 직원이 아니었기에 일을 함께 기획을 하고 

나도 내 포지션의 역할분담을 했다.

자잘한 일은 금방 진행이 되더라도 큰 버젯의 프로젝트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가 영어자료를 만들면 내가 한국어로 번역하는 식으로 항상 두 가지 언어의 자료들을 만들었고, 사업계획서 같은 경우 그 친구와 나 둘 다 만들어 본 경험이 많아 내가 영어에 미흡한 면이 있더라도 함께 검토를 계속하니 큰 문제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해외에 너무 오래 나와있었다는 생각에 이제는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할 생각이었으므로 워크퍼밋을 만들지 않았다. 3개월이 다가오면 옆 나라로 비자 여행을 갔다.

그 여행도 꽤나 재미있었다. 이미그레이션에서 

"너 왜 이렇게 우리나라 자주 오니?" 하면 

"너네 나라에 내가 돈 쓰러 오는 건데 뭐가 잘못됐는데?"라고 받아치며 이미그레이션에서도 나는 꽤나 당당했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는 시작되었다.

한국 여자들은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수준이 있는 느낌이라고들 하더라.

그 친구는 일 외에 만나는 친구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애정의 갈구가 있었던 친구 같다.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는 나를 여자로 보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나와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나라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 있다.

자신이 한국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더라도 내가 아니면 하지 않아도 본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억지 아닌 억지가 시작되었다.

자료를 며칠까지 완성해서 달라고 하면 언젠가부터 


"이거 오늘 다 끝내면 저녁에 나와 데이트할 거야?"라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이 났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어르고 달래서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여자이기에 일을 하면서 부딪치는 한계를 오랜 기간 느껴 트라우마와 같은 감정들이 있었는데 

공과 사를 믹스하여 생각하는 그 마인드 자체가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에라~모르겠다




나의 비자 만료일은 다시 가까워오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여권을 갱신해야 하는 날짜도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하는데도 그 친구는 아이 같은 생떼를 반복한다. 하아.. 미치겠다.

얘는 외국인인 내 속을 아는 건지...

원래 화가 나면 불같은 성격인 나는 참다못해 드디어 폭발을 한다.


"너 아마추어니? 내가 그동안 참아왔는데..." 너무 화가 나서 한국말로 욕도 했다.

그 친구는 소리 지르는 나를 보며 처음엔 당황을 했지만, 그다음은 내 눈이 돌아가게 해 버릴 만한 말을 뱉어 버렸다.

"너 우리나라에서 워크퍼밋도 없이 사업을 해오고 있잖아. 내가 폴리스에 보고서를 제출할게!"

이것은 협박이었다. 치사했고 눈물이 났다.

며칠 사무실에도 나가지 않았다. 외국에 홀로 있는 내가 서러웠고, 그동안에 해외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이 필름처럼 지나가며 내 인생이 가엾기까지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의 비자 만료일은 가까워온다. 자기 연민의 감정에 빠질 시간이 없다. 한국에 미팅을 해야 할 곳들의 미팅 날짜를 잡고, 자료들을 빨리 완성해서 나가야 한다. 초조하다.

그 친구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한국에는 보름 정도 있다 올게. 티켓팅하고 자료 완성해서 알려줘."

"응 알았어"


'아... 알았다고 하는 것을 보니 그래도 나와 일을 계속할 생각이 있긴 하구나'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티켓팅은 완료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내가 지정해준 출국날짜 하루 전날 드디어 미팅을 하기로 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콘도의 미팅룸에서 만나 하나씩 정리를 하며 설명부터 한다.

비즈니스에 관한 디테일은 또 얼마나 설명을 잘하는지 모른다.


"그래~그 계획 좋아. 내가 한국에서 잘 진행하고 돌아올게. 자료는 만들었어? 줘봐."

"제니...... 자료는 아직 완성 못했어. 완성해서 보내줄게."

그때부터 부글부글 다시 끓어오른다.

'나 내일 한국 들어가야 하는데 제정신이니...'


얼마 전에 말레이시아에서 살기 힘든 이유를 작성한 작가님의 글을 봤는데 무한 공감이다.

그들은 무조건 yes, ok부터 한다.

그것이 그들과 일을 할 때 제일 많이 부딪치는 부분이었다.


"그럼... 티켓팅한거부터 줘봐."

"아직... 이따 보낼게."


'이런 미친...' 그때부터 내 눈에 보이는 게 없어졌다. 그들의 yes문화를 알더라도 나는 아직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정확하지 않은 일 처리에 화산이 폭발하듯 터져버렸다.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 친구는 미안하다고 먼저 해야 했을 터인데 한국인들은 화부터 낸다며 투덜거린다.

아 모르겠다. 내 인내는 여기까지다. 이제부터 눈에 뵈는 거 없다.

언성이 높아졌고 우리는 육박전을 방불케 하는 싸움을 시작했다.

싸움의 마무리는 어떻게 됐냐고?


"두 번 다시 연락하지 마! 너 같은 새끼는 프로도 아니고 비즈니스를 할 기본자세도 안 돼있는 그냥 병신이야!"


오버 스테이를 결정하다. 그것이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상상도 못 한 채...


그 친구도 거의 발광의 수준으로 화를 내는 내게 욕을 하면서 일을 여기서 그만하는 걸로 마무리짓고 결국은 겁을 먹고 도망가듯이 미팅룸을 나가버렸다.

(말레이시안 애들은 화를 내면 잘 쫀다. 겁이 많다)

일단 지르고 보았는데 머릿속이 매우 복잡하다.


'난 이제.. 죽었다....

가만있어봐... 정리를 해보자... 난 지금 3일 안에 여기서 나가야 돼. 당장 출국하는 줄 알고 대사관에 여권 갱신 신청을 안 한 상태이다. 그런데, 지금 자료를 완성을 못해서 가면? 한국에 미팅을 하기로 한 곳들에 나는 신뢰를 다 잃을 테고, 정산도 다 못 받았는데... 그냥 한국 들어갔다 다시 들어오면 돈은 돈대로 쓰고 다시 힘들어질 수 있겠다.

그런데 나도 일했는데 왜 내가 내 돈 쓰면서 나갔다 다시 와야 하지? 내 인건비는?

저 자식과 진행해왔던 수개월간의 나의 에너지는 어쩌지?

이 일들 마무리해야 하는데... 그걸 다 포기할 것인가?

그럼.. 만약? 다 포기하고 한국 들어가면...?

한국에서는 그 기간 동안 뭐했냐고 하겠지? 가족들은?

외국에서 시간만 낭비했냐며 무시하겠지?


나... 뭐부터 해야 되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 나는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하나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여권 갱신 신청을 하면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 일단 여권부터 해결하자.

 며칠 오버 스테이는 블랙리스트 되지 않을 거야...'


말레이시아에서 몇 가지 사업을 하는 미국 친구 오스틴에게 전화를 하여 물었다.

그 친구의 사업 중에 한 가지는 요식업이었는데, 외국인이다 보니 자신이 단독 대표가 될 수 없기에 말레이시안계 말레이 사람을 대표로 설정하고 일정 돈을 주고 있었는데 오스틴도 그 대표라는 사람이 시시때때로 자신의 나라인 것에 유세를 떠는 행동을 하고 있어서 내 마음을 잘 이해하더라고...


"제니~ 나 지금 6개월째 오버 스테이야. 몇 년 전엔 1년 넘게도 오버 스테이였어. 사업하다 보면 며칠 비운 사이에 말레이계 애들이 장난칠까 봐 그 기간에 못 떠난 경우가 많아. 그런데 중개인한테 돈 주면 지워주거든. 그래서 나 그렇게 몇 년간 살았어. 워크퍼밋은 이번에 오버 스테이 된 거 지우고 난 후 만들려고 해. 너도 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리고 며칠은 기록 남겨지지도 않아."


갑자기 힘이 샘솟는다.


그래! 나는 오늘부터 오버 스테이 하면서 저 해결해야 할 일들부터 해결을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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