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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나지행 Sep 03. 2021

익숙함이라는 무서움



몇 년 만에 한국 분식을 먹던 날 나는 눈물을 흘렸다


몇 년 전의 나의 계획이라면 나는 한국에 살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롤러코스터의 삶을 살아야 했을 당시 해외에서 아주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


굶는 날도 있었고 배가 고팠던 시기였다.

(내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경험들을 한 시기이지만 지금은 그것을 겪은 것에 매우 만족한다)

집을 구하지 못해 그나마 가격이 싼 부띠끄 호텔을 전전하며 지내던 시기에는 조식으로 항상 시리얼과 빵조각들

그리고 내 스타일에 전혀 맞지 않는 달짝지근한 커피를 마시며 나를 위로해야 했다


전혀 내입에 맞지 않던 음식들을 매일 먹어야 했던 나는

현지 교민들과 가까이하지 않았기에 어떠한 정보들이 하나도 없었고

한인교회를 나가며 교민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얻은 정보로 인해 그제야 한국스타일의 분식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로컬 음식보다는 많이 비쌌지만 그것은 나에게 특식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한국 분식을 몇 년 만에 맛본 그날 나는 눈물을 흘렸다. 



여러 가지 사연들과 함께 몇 년 전부터 나는 한국에 머물기로 결심을 하고 현재는 한국에서의 삶을 잘 살고 있다.

매일 원하는 음식들을 배달 주문하며 말이다.

몇 년 만에 먹었던 눈물 났던 그 맛이 지금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쫄면과 돈가스? 쳇~ 나는 오늘 별미가 먹고 싶어."

그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그 아이들은 이제 먹고 싶은 것이 없으면 가끔 먹게 되는 그런 메뉴들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참 재밌는 사실이 있다.


입맛에 맞지 않던 그때의 로컬 음식 메뉴를 파는 곳을 발견하면

나는 운전하며 지나가다가도 돌아가 그 음식을 찾게 되었다.

일부러 찾아가서 먹고 싶어졌다.

그 음식들은 어느새 해외에서 나를 눈물 흘리게 만든 쫄면과 돈가스의 가치로 상승하였다.

그때의 그 맛, 냄새, 그 분위기 모든 것을 나는 지금 간절히 원하고 있다.

내가 해외에 다시 나간다면 한국 음식과 소주를 또 간절히 원하겠지?


인간은 간사하여 얻기 힘든 것들에 대해서만 그토록 간절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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