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서막

3

by 하윤슬

동생이 숨을 쉬고 있다는 말에 세상이 아직 무너지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나를 지탱해 온 세상이 무너질 뻔한 순간.

이제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 조금씩 파악이 되었다.

경황이 없었지만 슬펐고, 동생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나는 울면서 경찰관에게 동생을 혼자 두지 말아 달라고 말했고,

전화기 넘어 경찰관은 동생의 생명엔 지장이 없어 보이니 울지 말라고 하셨다.


그때 내 눈에, 내 맡은 편에 서 있던 아빠가 들어왔다.

눈이 빨개진 채로 가장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린 아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빠.


엄마와 아빠는 급하게 서울에 살고 계신 이모에게 연락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시고 집에 가서 동생을 돌봐달라고 부탁하셨다.

다행히 이모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셨다.


만석인 KTX 티켓을 잡기 위해 계속 화면을 당겨 내렸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취소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아빠와 나는 급하게 짐을 챙겨서 기차역으로 향했다.


내가 구한 취소표 두 자리는 서로 다른 칸이었다.

서울역에서 내려 아빠를 만나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 아빠는 내게 얘기했다.

”지인이나 먼 친척의 가족들이 자살하거나 자살 시도를 한 적은 있었는데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네. “


반년쯤 전 평범한 주말 아침.

침대에서 늦장을 부리며 일어나기를 미루고 있던 때.

잠에서 깬 나를 동생이 끌어안고 있었다. 동생은 울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동생에게 왜 우는지 물었다.

동생은 입사하자마자 한시적인 소규모 프로젝트팀에 배정이 되어

4-5명 남짓한 팀원들과 일하게 되었는데

언젠가부터 다른 팀원들이 동생에게 못되게 굴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일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동생의 탓이라고 타박했는데

더 이상한 점은 그 사람들이 동생과 1:1로 있을 때는 태도가 달라져서 동생을 잘 대했다고 했다.

또 동생은 가장 친한 친구가 몇 달 전 돈을 빌려갔는데

갚기로 한 날짜까지 돈을 갚지 않고 연락도 끊어졌다고 했다.

그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려고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최근 몇 달 동안 발생한 이러한 사건들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 거 같다고 했다.

그래서 병원에도 갔었고, 회사에는 2개월 정도 병가를 냈다고 했다.


동생이 갑작스럽게 쏟아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동생을 괴롭힌 동료들에게 분노했고,

동생이 겪었던 일을 알지 못한 채로 당시에 도움을 줄 수 없었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한 마디 상의도 없이 2개월 병가를 냈다는 사실은 당황스러웠지만,

자신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동생의 말에 잘했다는 말을 해 주었다.

동생이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받은 대출금 일부를 갚고 싶다고 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여윳돈 200만 원을 빌려주었다.


병가를 내고 쉬는 동안 나는 간간이 동생에게 병원 진료에 대해 물었다.

언젠가 동생은 병원에서 상태가 호전되어 더 이상 내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했다.

그 말을 믿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병가기간이 끝난 동생은 회사에 돌아갔고, 새로운 팀에 배정되었다고 했다.

새로운 팀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서울에서 좀 더 근무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동생의 새로운 팀원들과 팀장님에 대해서 물었다.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고, 동생이 회사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몰랐었던 나를 자책했기 때문이다.

회사 일에 대해 도통 얘기하지 않는 동생이었는데 ‘더 관심을 갖고 캐물었어야 했었나’ 생각했었다.

다행히 팀원들 중에는 분위기를 밝게 하는 유쾌한 사람들도 있었고 특별히 못되게 구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또 중년의 여성인 팀장님은 동생에게 잘 대해준다고 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울증을 극복하고 새로운 팀에서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친구집에서 놀고 온다고 가족들을 속이고 혼자 서울집으로 올라와 극단적인 시도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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