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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 대행의 탄핵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뉴스에서 '사상 초유'라는 표현이 일주일이 멀다 하고 들려오던 그 시기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112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자 경찰분이 전화를 받으셨고,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안녕하세요. 저랑 제 동생이 원래 서울에 사는데,
주말을 여기 부모님 댁에서 보내려고 내려왔었거든요.
동생이 어제 오후에 친구네 집에 가서 하루 자고 온다고 나갔는데
오기로 한 시간까지 오지도 않고 아직까지 연락이 없어서요."
"동생 친구들 연락처로는 전화해 보신 건가요?"
"친구들 연락처를 몰라서요. 원래 얘가 약속을 안 지키는 애가 아닌데..."
나는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동생분 신변에 현존하는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위치추적을 해 드릴 수 있어요."
순간 잠깐 고민했지만 위치추적을 하기 위해 얘기했다.
"동생이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닌 적이 있어요. 진료받고 괜찮아져서 이제 병원에 안 간다고 했었는데…"
"그게 언제쯤일까요?"
"한 세 달 정도 된 거 같아요."
"그러시면 위치추적 하겠습니다. 위치추적에 동의하시는 거죠?"
내 느낌이었을까?
친구 만나러 나간 동생이 안 들어온다고 말씀드렸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약간의 긴장감이, 핸드폰 너머 경찰관의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위치추적 진행할 거고요. 지금 계신 주소가 어디죠?"
수화기 너머 경찰관은 부모님 집으로, 가까운 경찰서 소속의 경찰관이 방문하실 거고
방문 전에 미리 전화를 주실 거라고 했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나서, 전화는 두 군데에서 걸려왔다.
하나는 부모님 집 근처 경찰서에 근무하시는 경찰관으로부터 왔는데,
지금 집으로 가고 있으며, 동생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이 번호로 보내달라고 하셨다.
다른 하나는 위치추적 관련 전화였다.
"위치추적을 하고 있는데 동생분 거주지가 서울이신가요?"
"네 저랑 같이 서울에 살고 있는데, 지금 부모님 뵈러 지방에 내려와 있거든요."
"…아, 동생분이랑 같이 사세요? 혹시 서울 집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이 급한 상황에 왜 자꾸 서울집 주소를 묻는 거지? 순간 마음에 약간의 짜증과 불안한 의구심이 밀려왔다.
어쩌면, 동생의 위치가 서울로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집의 정확한 주소를 묻기에 말씀드렸고, 핸드폰 너머 경찰관은 알겠다며 전화를 끊으셨다.
부모님 집 근처 경찰서에서 근무하시는 경찰관이 오셨다길래 부모님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이미 보내드린 동생의 사진을 다시 한번 확인하시고, 동생의 키와 몸무게와 같은 신체 정보를 물어보셨다.
그때 또 다른 경찰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서울 집 비밀번호가 어떻게 되시나요?"
집 비밀번호를 왜 물어보시는지 묻지도 않았다. 내 불안한 예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동생분 계시네요. 근데 화장실에서 쓰러져 자고 있는데… 혹시 술을 드시나요?"
동생은 술은 좋아하지 않고 마시지 않는다. “아니요 동생 술 안 마셔요"
눈물이 쏟아져 울면서 대답했다.
"동생분 숨 쉬고 있고 자고 있는 것 같아요. 진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