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무직자인 현실로 돌아온 동생은
더 이상 서울에서 나와 함께 살 이유가 없었다.
아빠는 동생을 부모님 댁으로 데리고 내려가셨다.
그러나 며칠 못 가 동생은 서울로 올라오고 싶다고 했다.
동생은 내게 부모님과 함께 있는 게 힘들다고 했다.
대단한 직업은 아니지만 부모님의 뒷바라지 끝에 직장인이 된 딸
거짓으로 꾸며온 삶의 민낯이 드러난 현실에서
부모님을 마주하는 게 죄송스럽고 고통스러워서였을까?
매일 출근을 해야 하는 나는 동생을 집에 혼자 두기 불안했다.
내 삶을 흔든, 동생의 자살시도가 있고 나서 동생이 부모님 집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엄마와 아빠가 집을 동시에 비워 몇 시간 동안 동생 혼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동생과 아빠가 함께 차를 타고 외출했다가 혼자 걷고 싶다고 한 동생을 내려주고 아빠 혼자 집에 왔을 때
불안에 휩싸인 나는 엄마 아빠에게 동생을 혼자 두지 말라고 부탁했다. 아니 다그쳤다.
동생의 일에 있어서는 과민해지고 있었다.
서울에 와서 나와 같이 지내고 싶다는 동생에게 나는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하나. 정신의학과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을 것.
둘. 전화를 하면 잘 받을 것.
동생은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동생과의 동거가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