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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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슬

동생의 자살시도와 그로 인해 드러난 동생의 거짓말은 동생이 우리 가족에게 던진 폭탄과도 같았다.

폭탄이라는 표현이 너무 과격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고 없이 투척되었고,

엄마, 아빠, 나, 그리고 어쩌면 동생 자신에게도,

가족 모두에게 상흔을 남겼기 때문에

폭탄이라는 표현이 큰 과장은 아닌 것 같다.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어떻게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는지에 대해 동생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은 없다.

민감한 질문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동생이 회복되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은.

추측해 보건대 언젠가 매우 중요한 부분에서 하지 말았어야 할 거짓말을 했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거짓말, 그 잘못된 결정으로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했을 것이다.

동생은 그렇게 스스로를 벼랑으로 몰고 갔다.

동생은 왜 거짓말이라는 잘못된 결정을 했을까?

성격적인 부분일까? 아니면 언젠가부터 시작된 우울증이 큰 영향을 미쳤을까?


잊고 있었던 소소한 일화가 떠올랐다.

내가 중학생쯤 되었을 때였다. 그러니 동생은 초등학생이었을 것이다.

동생이 거짓말을 했었고 내게 들켰다.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은 나지 않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그 거짓말이 매우 사소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걸로 왜 거짓말을 하냐고 동생을 타박했었다.


순간의 곤란함을 모면하려고 누구나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특히 어린아이라면.


그러나 지금은, 어릴 적 흐릿한 기억 속 에피소드가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을 잘하던 아이였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십수 년 전에 있었던 소소한 일이 최근 일어난 사건의 복선처럼 느껴져 묘했다.

동생에 관해 내가 모르는 일은 얼마나 많을까?

아니, 나는 동생에 대해 뭘 알고 있을까?


동생의 ‘사소한 거짓말 에피소드’에 이어 생각나는 다른 사건이 있다.

동생이 고등학생 때 일이었다.

나는 동생에게 스타벅스 텀블러를 선물로 줬었다.

한동안 학교에 잘 가지고 다니던 텀블러가 보이지 않았다.

동생은 같은 반 아이가 텀블러를 망가뜨렸다고 했다.

당시에 나는 화를 내며 그 아이가 다른 걸로 널 힘들게 한 건 없냐고 물어봤었다.

동생은 가족들이 알 만큼 친하게 지내는 학교 친구들도 있었고, 그 이후 텀블러 사건 외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이제 와서 그때의 일도 곱씹어보게 된다.

설마 동생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건 아닐까?

동생의 우울증이 혹시라도 학창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생긴 건 아닐까?

못된 애들이 이유 없이 괴롭힌 것일 수도 있지만,

혹시 동생의 거짓말하는 습관이 교우관계에 영향을 미친 거라면?


불분명한 기억을 더듬느라고 애를 썼고,

정답을 알 수 없는 이런저런 추측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었다.

멀미를 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진 건지 동생에게 속 시원히 물어보고 싶지만

좀체 자신의 속마음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지 않는 동생이었다.

대화를 하다가 ‘자신의 과거’나 ‘대출’과 같이 민감한 주제가 나오면 폐쇄적이고 방어적으로 변했다.

매일 얼굴을 보고 살을 맞대며 살아왔는데도

잘 모르겠다.

동생에 관해 내가 모르는 일은 얼마나 많을까?

나는 동생에 대해 뭘 알고 있을까?


동생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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