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으로 터키, 지금은 튀르키예로 불리는 나라에 갔다. 이스탄불이 가고 싶다는 남편의 강력한 주장으로 터키를 신혼 여행지로 골랐는데 이스탄불은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였다. 이스탄불은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서 여러 부침이 있었던 도시이다. 그리스 도시 국가의 왕자가 '비잔티온' 도시를 건립하면서 생겨나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를 거쳐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로 번창하였다가 오스만 제국에 의해 로마제국이 멸망하면서 이스탄불이 되었다.
이런 이스탄불의 복잡한 역사는 비잔틴 제국의 대표 양식의 건물인 아야 소피아 성당과 이슬람 사원인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가 서로 한 구역에 모여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의 원래 일정은 터키의 다른 도시도 가는 것이었지만 이스탄불의 너무나 많은 유적들을 보기만으로도 바빠 이스탄불에서만 머무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스탄불의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단, 한 가지 음식만 빼고는
남편에게는 생소한 맛의 터키 음식이 너무 안 맞았던 것이다. 터키에서 유명하다는 음식들을 시켜도 한 입 먹고는 나에게 접시를 밀면서 "너 많이 먹어"라는 말을 계속했다. 한식만 먹어온 남자에게는 터키 음식의 장벽은 높았다. 나는 남편이 안 먹고 밀어주는 터키 음식을 홀로 묵묵히 먹으면서 도저히 왜 이 맛있는 것을 못 먹겠다는 건지 이해하지를 못했다.
터키 여행을 오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에 하나가 '고등어 케밥'이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갈라타 다리 근처에서 고등어를 굽느냐 연기가 자욱한 노점상들이 보였다. 우리에게는 '고등어 케밥'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이 음식의 실제 이름은 '발릭 에크멕'으로, 발릭은 고등어 에크멕은 빵이란 뜻으로 이름을 한국어로 함 '고등어 빵'이 되겠다.
노점상을 보고 저기서 고등어 케밥을 판다며 달려가 주문하는데 남편은 안 먹겠다며 절래 절래 고개를 젓는다. 노점상 주인은 바케트 같이 생긴 터키 빵에 굽고 있던 고등어 한 덩어리를 넣더니 양파와 양상추 토마토를 대충 집어서 같이 빵 속으로 욱여넣어서 준다. 종이에 곱게 쌓아준 이 한 덩어리의 고등어빵을 들고 숙소로 왔다.
나는 궁금증에 얼른 한 입을 베어 물었더니 고등어 특유의 맛이 확 올라오면서 야채의 아삭함과 빵의 고소함이 어우러진다. 남편에게 권하니 궁금했는지 한 입 먹었지만 식어서 비려서 도저히 못 먹겠다며 뱉어냈다. 발릭 에크메를 탄산 음료수와 함께 먹는 나를 보면서 어떻게 그 비린 걸 다 먹을 수 있냐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스탄불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이 진귀한 음식을 어떻게 남길 수 있냐며 약간 식어서 그렇지 의외로 빵과 고등어의 조합이 좋다고 말해줬다.
아직도 이스탄불하면 그 살짝 식은 고등어의 비릿한 맛이 올라오는 발릭 에크멕이 생각난다. 하지만 남편은 이제는 해외 음식을 좀 먹을 수 있게 되어서 이스탄불 가면 뭐든 먹을 수 있지만 고등어 케밥만은 다시 먹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다시 한번 이스탄불을 갈 기회가 생긴다면 이번에는 사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