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아버지와 하는 첫 해외여행
오늘은 스탠리 파크에서 조금 색다른 경험을 하기로 했다. 바로 자전거를 빌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아이들도 이제 제법 컸고,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가 스탠리 파크는 자전거 명소로 유명해 공원 근처에 자전거 렌털샵도 많았다. 우리는 한국인 사장님이 계신다는 ‘조이 바이크 렌털샵(Jo-e Bike Rentals)’로 향했다.
이곳에는 전기 자전거도 있어 아버지께 권해드렸지만, 왕년의 자전거 마니아이신 아버지는 디스크 때문에 허리를 숙여야 하는 자전거는 타지 않겠다며 거절하셨다. 고모는 근처 카페에서 우리 없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터이니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전거 4대만 빌리기로 했다.
신분증을 맡기고 비용을 지불한 후 밖에서 기다리니, 직원이 커다란 자전거를 들고 나와 내게 건네주었다. 너무 커서 이 자전거가 맞는지 물어보니, 직원은 걱정 말라며 나에게 딱 맞는 사이즈라고 했다. 안장까지 세심하게 조절해 주었고, 안전을 위해 헬멧도 함께 빌렸다.
대여 자전거임에도 꽤 좋은 모델들이라 좋았다. 빌린 자전거를 타고 우리는 스탠리 파크로 아빠는 커피를 드시러 갔다. 자전거도 좋으니 수월하게 자전거 투어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스탠리 파크에 들어서서 자전거 페달을 밟자 공기가 너무 차갑게 느껴졌다. 우리는 처음에는 이런저런 조합으로 순서를 바꾸면서 자전거를 탔는데 네모남자가 결국 가장 느린 나를 선두에 세웠다. 내가 선두에 서니 눈물이 줄줄 나왔다. 내 눈은 약간 예민해서 바람을 쐬면 눈물이 나는데 고글 없이 맨 눈으로 바람을 생으로 맞서니 어쩔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식구들은 자꾸 바짝 내 뒤에 붙었고, 선두로서 빨리 앞서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자전거를 타면서 스탠리 파크를 즐겨보겠다는 계획과는 달리 사력을 다해 발을 구르는 것 말고는 다른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자전거를 대여했으니 반납해야 하고 이미 어느 정도 왔으니 돌아갈 수도 없고, 유일한 방법은 한 바퀴 돌고 끝내는 것인데 나는 점점 지쳐갔다. 결국 아들에게 선두자리를 내주고 뒤에서 한참 뒤처져서 따라갔다. 그래도 중간중간 가족들이 서서 나를 체크하느냐 기다렸기 때문에 마냥 뒤처질 수는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쉼 없이 페달을 굴렸다. 그래서 마침내 무사히 47분 만에 완주를 하고 눈물범벅된 얼굴로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었다. 보통은 1시간에서 1시간 반은 걸린다는데 47분 만에 끝내다니 내가 결코 체력이 없어서 지친 것이 아니라 너무 빨리 달렸기 때문에 지친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