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아버와 하는 첫 해외여행
씨버스에서 내려 49th Parallel에서 아이스 라테로 기운을 충전하며 집으로 걸어오는데, 길가에 특이한 표지판들이 보였다. 길거리 청소 안내문으로, 청소 시간 내에는 주차가 금지된다는 내용이었다. 주변은 청소가 필요 없을 만큼 깨끗해 보였는데, 이런 안내판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집에서 사촌 동생 B네 아이들과 놀았던 아이들을 데리고 연어를 먹으러 ‘스시 모리(Sushi Mori)’에 또다시 방문했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적당한 양을 주문했다.
우리에게 스시 모리는 클리블랜드 공원과 하나의 코스여서, 산책도 빼놓지 않고 다녀왔다.
여행의 막바지라 한국에 가져갈 캐나다 식료품을 사러 밴쿠버의 월마트로 쇼핑을 갔다. 냉장 코너에서 둘러보다 보니 한 코너를 가득 채운 김치가 눈에 들어왔다. 유리병에 담긴 백김치, 빨간 김치, 매운 김치, 안 매운 김치, 비건 김치까지 다양했고, 브랜드도 여러 개였다. 마치 토마토소스처럼 작은 유리병에 영어로 KIMCHI라고 쓰여 있고 깔끔한 패키징은 분명 김치였지만, 내가 알던 김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동양 음식’이라며 김치가 무시되기도 했는데, 이제는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걸 보니 묘하게 벅찬 감정이 들었다.
가공육 코너에서 베이컨을 고르다 보니 Korean Style LA 갈비도 보였다. 캐나다에서 LA 갈비를 보다니, 김치보다 더 신기했다. 냉동식품 코너에서도 Korean이라고 적힌 음식들이 여러 종류 눈에 들어왔다. 김치 같은 대표적인 한국 음식이 아니라 다양한 한식이 한인 마트가 아닌 캐나다 마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한식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친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식문화까지 널리 퍼진 한류였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캐나다인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잘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마트에서 한국식 음식들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으니 한국인으로서 뿌듯하고 기쁜 일이었다. 나는 마트에 한국에 가져갈 캐나다 음식을 사러 왔지만, 오히려 높아진 한류의 위상을 느끼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