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아버지와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
밴쿠버 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부차드 가든(The Butchart Garden)’은 약 6만 평 대지에 영국, 이탈리아, 로즈, 스타 가든 등 테마별로 조성된 정원이 있는 곳이다. 계절마다 꽃과 식물이 다르게 꾸며진다고 한다.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놓칠 수 없는 단체 사진을 찍고, 우리는 안으로 향했다. 입구에는 두꺼운 통나무가 돌담 위로 쓰러져 있어, 마치 다른 판타지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원을 다 둘러본 후, 이름마저 부차드 가든스러운 ‘씨앗과 선물(Seeds & Gifts)’ 기념품 가게로 향했다. 무슨 기념품을 살지 고민하는 동안, 아이들은 역시나 할머니에게 젤라토를 얻어먹고 있었다. 내가 앞치마와 면포를 구입하고 나왔을 때는 이미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버려서 맛보지도 못했다. 아이들은 “마무리는 역시 아이스크림이지!”라며 만족스러워하는 것을 보니 맛이 아주 좋았던 모양이다. 오늘도 1일 1 아이스크림을 달성한 아이들이다.
우리 가족은 각자 보고 싶은 것에 집중했다. 아빠는 여느 때처럼 인증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셨고, 나는 나눠준 브로셔를 정독했다. 2호와 네모남자는 원주민 역사를, 1호는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바빴다. 작은 화면만 쳐다본 1호가 이곳에 뭐가 있었는지 제대로 보긴 했을까 싶다.
나는 브로셔의 BC주의 역사를 살펴본 후 벽에는 역대 시의원들, 주지사 사진을 훑어보았다. 그리고서는 창문의 스테인글라스, 천장의 돔과 화장실 문 창살마저도 깨알 같은 디테일들을 눈에 담았다. 내부의 메인 인테리어 말고도 곳곳에 작은 장식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페리 시간이 다 되어가서 우리는 주 청사 관람을 마무리 후 나와서 빅토리아를 쑥 둘러보고 항구로 왔다. 다시 페리를 타고 밴쿠버로 돌아갈 시간이다.
며칠째 계속되는 강행군에 모두 지쳐 있었다. 저녁을 먹으러 어디로 갈지 고민하기도 귀찮아, 트왓슨 터미널 근처 ‘트왓슨 밀스 쇼핑몰(Tsawwassen Mills)’ 푸드 코트에서 각자 아무거나 사 먹기로 했다. 아빠는 고모부와 함께 중식을, 나도 어쩌다 보니 완탕을 선택했는데, 매일 한식이나 한식과 비슷한 음식을 먹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과 네모남자는 KFC를 먹었다. 캐나다에 왔는데 식단만 보면 마치 한국에 있는 것 같았다.
식사 후, 쇼핑몰이 문을 닫기 전에 급히 기념품으로 옷을 샀다. 나는 원주민이 그린 듯한 곰이 그려진 재킷을, 아빠는 고모가 사 준 세상 화려한 티셔츠를 골랐다. 둘 다 과연 한국에서 입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옷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