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마타사'를 발견한 건 정말 우연이었다. 당시 나는 근처 도서관에서 영어 책 읽기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을 나와 평소 잘 가지 않던 작은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골목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가게를 발견했다.
도대체 이 골목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곳에 뭐가 생길지 궁금해서 이후에도 종종 그 앞을 지나 확인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타사'라는 이름의 작은 디저트 카페가 문을 열었다.
이 카페는 가게 안쪽에서 직접 디저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작은 카페였다. 좌석은 벽에 길게 붙은 나무 테이블 하나뿐이었고, 유리 진열장에는 다양한 디저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음료 메뉴도 생각보다 많아서 작지만 알찬 곳이었다.
디저트 메뉴는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구성이 달라졌는데, 새로운 디저트가 나올 때마다 하나씩 시도해 보곤 했다. 작고 귀여운 체리가 올라간 섬머 데니쉬, 피스타치오가 빼곡히 붙은 부드럽고 진한 피스타치오 가나슈 쿠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생화 마들렌, 바삭한 식감이 돋보였던 스프릿츠거백, 살짝 과하게 익은 듯하지만 달고 깊은 맛이 인상적인 아몬드 퀸아망, 그리고 겹겹이 살아있는 페이스트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뺑오쇼콜라까지, 갈 때마다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보통 디저트가 주력인 카페의 커피는 평범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커피 맛도 수준 이상이다. 산미가 상큼하게 살아 있어 디저트와 잘 어우러지는 아메리카노와, 독특한 호피 무늬가 돋보이는 카푸치노는 특히 내 취향에 딱 맞았다. 우유의 텁텁함이 남지 않고 깔끔한 맛이 매력적인 카푸치노였다.
그리고 커피 외에 차가운 음료에 특별한 메뉴들이 많다. 마타사에서는 밀크 슬러시를 기본 베이스로 기본 밀크 슬러시와 에스프레소 슬러시, 베리 슬러시 등 보통의 카페에서는 약간 생소할 메뉴가 있다. 나는 커피가 부담스러운 날에는 주로 밀크 슬러시를 먹었는데 어릴 때 먹어본 적도 없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난다.
좀 더 커피 맛을 진하게 느끼고 싶은 차가운 메뉴로는 얼음 알갱이가 조금 더 커서 아작아작 씹히고 보기에도 이쁜 커피 그라니따도 좋은 선택이다.
나는 미국인 선생님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한 영어리딩 수업을 꽤 오래 했었는데 그 수업을 듣는 동안에 마타사에 참새가 방앗간 들리 듯이 자주 갔었다. 다른 좋은 곳들도 많지만 도서관에 가깝고 음료와 디저트 메뉴가 다양해서 질리지 않는 조합이라 자연스럽게 단골이 되었다. 그런데 나만 이곳을 애정한 게 아니었는지, 최근에는 효창공원 근처에 2호점을 크게 오픈했다고 한다. 역시 이렇게 매력적인 맛집이 소문나지 않을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