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인도의 연석을 잘못 밟아 그대로 옆으로 넘어졌다. 나는 그때 등에 2리터짜리 콜라와 1.5리터짜리 옥수수 수염차가 든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리고 빌어먹을 중력가속도에 의해 나는 사정없이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다행히 옷도 두꺼웠고 머리도 부딪히지 않았지만, 물리법칙에게 한대 쥐어터진 나는 넘어진 자세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너무 불쾌하고 서러웠고, 바닥은 겨울옷 때문에 의외로 편안했기 때문이다.
넘어지기 전 멀리서 자전거를 탄 사람이 오고 있는 게 보였었다. 내가 먼저 횡단보도를 건너도 괜찮을 거리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길 건너에서 넘어졌고, 시간의 서러움과 지구의 자전을 느끼며 대략 삼십 초가량 미동도 않고 누워있었다. 삼십 초. 짧지 않은 시간이다. 누군가 넘어져서 십초 정도라도 움직임이 없다면, 보통은 죽었거나 기절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 하지만 그 사람은 페달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날 지나쳤다. 누군가 날 도와주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대놓고 무시당하는 경험을 하니 어이가 없었다. 과실치사? 그런 걸로 고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난 법도 모르고 변호사를 살 돈도 없고, 머리를 부딪히지도 않았으니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은 잘못이 없다. 그저 자기의 시간의 흐름을 쫓아가기 바빴을 뿐이고 나는 나만의 멈춰진 시간을 움직이면 될 뿐이다. 그 사람의 페달은 돌아가고 지구도 돌아간다. 이대로 누워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난 일어났지만 이겨낸 건 아니라는 축축함 가득한 팔뚝의 감촉을 느끼며 자전거를 질질 끌고 가까운 벤치로 왔다.
어려움에서 일어나면 사람들은 잘 이겨냈다고 한다. 하지만 난 가끔 생각한다. 그것이 정말 이겨낸 것인지. 인간이란 무언가에 당해도 마냥 누워있을 수가 없다. 패배자의 쓴맛과 입속에 퍼지는 피 맛을 느끼며 일어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나는 상처 가득한 내 발목을 보며 내일은 병원에 가야 하는지 적잖이 고민하며 쓸쓸하게 무거운 짐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