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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타 Mar 13. 2023

행운처럼 다가온 것들

요즘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도 다행히 일이 많거나 힘들어서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단순히 지금 하려고 쌓아둔 목록도 많은데, 하나씩 정복해나가는 속도보다 새로 추가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책도 읽어나가는 속도보다 새 책을 사는 속도가 빠르고, 토이 프로젝트도 아직 올해 첫 프로젝트도 반도 진행을 못 했는데 새로운 프로젝트 아이디어만 세 개가 떠오르고, 올해 새로 해보고 싶은 활동도 이제 하나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계속 새로 해보고 싶은 일들이 떠오른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그러면 하고 싶은 것을 그만 탐색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사실 지금도 능동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나서고 있지는 않는다. 의도적으로 찾으려 하지 않아도, 그냥 지금 하려던 눈앞의 일만 하고 있는데도 그 안에서 새로운 흥미들이 계속 다가온다. 심지어 평소에도 항상 하는 루틴적인 일만 하고 있어도, 아침에 시사 뉴스를 읽다가 토이 프로젝트가 떠오르기도 하고, 친구 인스타 스토리를 보다가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기 전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새로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긴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일들이 마치 행운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당연히 모든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운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운의 정의상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것이 조절이 가능한 영역이 되는 순간 운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도윤 작가의 <럭키>라는 책을 비롯해서 다양한 유튜브에서도 행운에 대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운이 오는 것 자체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갑자기 내게 운이 찾아왔을 때, 못 알아채거나 놓치지 않고 이 행운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갈 좋아한다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내가 의식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하고 싶은 것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의도적으로 찾으려 한다고 해도 마음처럼 잘 찾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냥 일상을 살다 보면 마치 행운처럼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 아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이유는, 내 흥미를 돋우는 것에 민감하게 감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생겼을 때 금세 알아차리고, 한번 흥미가 생긴 일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모두 잡아놓아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어려서부터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생동감 있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인데, 아무리 생생한 꿈이어도 아침에 깨서 30초만 멍 때리면 그때 느꼈던 감정만 여운처럼 남아있을 뿐 꿈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이 경험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어릴 때 공책을 옆에 두고 자고, 정말 좋은 꿈을 꾸면 일어나자마자 적어보려 했던 적이 있다. 물론 잠에서 막 깬 비몽사몽인 상태에선 공책에 적는다는 생각조차 잘 안 나기 때문에 실패했지만, 이처럼 내게 다가온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었다.


비슷한 느낌으로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열심히 하고 있는 부분은 체중관리다. 옛날부터 마른 체형이어서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생각보다 먹으면 살이 잘 찌기는 한다. 다만 지금도 마른 체형이면서도 계속 의식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한 가지인데, 언젠가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을 때 살찌는 게 걱정되어서 먹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이다. 요즘은 이 생각을 전반적인 건강으로 확장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적어도 건강 때문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도록, 운동도 하고 영양제도 먹고 수면도 조금씩 관리하고 있다.


처음엔 하고 싶은 일들이 쌓여있는 게 마치 숙제나 빚처럼 느껴졌는데, 이렇게 쓰고 나니 행운 보따리가 쌓여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시간이 남는데도 할 일이 없어서 뭘 해야 하지 방황하는 것보다는 언제나 시간이 생기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다는 게 하나의 행운이지 않을까. 언제나 새로운 일들에 열린 마음을 가지며, 그리고 이 일들을 언젠가라도 할 수 있도록 체력을 기르며, 나의 작은 행운 보따리들을 쌓아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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