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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Feb 20. 2017

북경 첫 나들이

국을 한 달 연기하기로 했다.

조금 더 한국에서(정확히는 엄마 옆에서) 놀고 싶었는데, 중국 어린이집은 1월 방학이 2주나 되어서 아주 좋은 핑곗거리도 있었다. 설 연휴에 맞춰 한국으로 올 오빠와 함께 나가기로 했다. 그래서 연말과 새해를 세 식구 함께 보내기 위해 은재와 둘이 북경으로 떠났다.

 

2시간 남짓한 짧은 거리였지만 혼자 아이와 출국을 한다니 은근히 부담이 됐다.

물론 인천까지 엄마가 함께였고, 중국 공항에 내리면 오빠를 바로 만날 수 있을 테지만

괜스레.

 

인천에서의 이별은 곧 다시 만날 거니 그리 슬프지 않았는데 은재는 갑자기 할머니랑 헤어진다며 울었다. 예전에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은재가 울면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는 마음이 착잡하다. 할머니의 빈 자리를 내가 잘 채워줄 수 있을까-

  

북경에 대한 첫인상은 (10년 전에 출장으로 다녀온 적이 있지만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이곳은 흡연 구역인가? 하는 것이었다. 공기와 냄새가 마치 담배 연기 같은 느낌이었다. 크크

오래 기다린 오빠를 만나서 오빠가 은재에게 가장 먼저 해 준 일은 마스크 씌우기.

오랜만에 그토록 그리웠던 아빠를 본 은재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은재는 매일 아빠가 보고싶다고 울었다)


착륙 후 북경을 처음 본 은재가 "엄마, 나 사진기 좀!"하더니 사진을 찍었다.


6일간의 짧은 머무름 동안 가스가 끊겼고 (중국은 가스와 전기를 떨어질 때마다 카드에 충전해서 쓴다고 한다)

2시간에 2만 원하던 키즈카페에 갔고 (전반적으로 북경은 한국보다 물가가 비싸다)

한국에서 포장 이사로 보낸 짐을 열심히 버렸고 (중국은 아직 분리수거의 개념이 없다)

은재와 함께 어린이 중국어 초급을 공부했고

명나라 콘셉트로 럭셔리하던 누오 호텔 중식당 ‘지아(JIA)’에 갔다.

 

제일 재미있는 기억은 중식당 ‘지아’에서 오빠가 요리 8개를 시킨 일이다.

아이 포함 3명인데 8개를 시키다니! (그것도 굉장히 큰 접시!)

 

중간부터 음식 폭탄을 맞고 갑자기 놀란 마음에 사진 찍는 것도 까먹었다.

거기서 오랜만에 빗금 45도쯤으로 이마에 선을 그리며 당황해하던 춘의 모습을 보았다. ㅋㅋ

  

안되는 중국어로 예약에, 주문에 고생하는 걸 알면서도 맛있게 먹질 못했다 ㅠㅠㅠ

그리고 또 나중에 맛있게 먹지 못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음. -_-;

음식의 양을 보고 나는 적어도 30만 원은 나오겠다 생각했는데, 10만 원 남짓인데다 싸올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

그 음식들을 오빠가 먹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잊을 수 없는 35번째 내 생일을 북경에서 세 식구와 함께 보내고 바로 은재의 5번째 생일을 맞았다.

 

연애 때도 하지 않던 “얼만큼 사랑해?”를 매일 묻게 하는 나의 딸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하면 “나도 땅만큼 사랑해”라고 너무나 사랑스럽게 대답을 해주는,

“엄마, 우리 꼭 안고 자자”며 매일 밤 나를 꼭 안고 잠드는,

널 낳은 게 내 생애 가장 잘 한일이자 축복이야,라는 엄마들의 진부한 고백을 하나도 진부하지 않게 해주는,

 

나를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나의 딸.

 

아주 오래, 붙어 있는 나의 생일과 너의 생일을 함께하자.


사랑해-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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