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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나'는 안녕, 차오창디예술구(草场地艺术区)

Today is better than Tomorrow

by 심루이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그린 이동건 작가의 신작 <조조코믹스>의 주인공은 은조와 조완이다. 은조와 조완은 여러 명으로 쪼개진다. 어제의 조, 오늘의 조, 내일의 조. 말 그대로 '어제의 조'는 어제의 나고 '내일의 조'는 내일의 나다.


의지가 약한 은조와 자기 관리가 철저한 조완. 둘의 ‘내일의 조’는 극명하게 다르다. ‘내일의 (은)조’는 매우 너그럽다. 야식으로 라면을 먹고 싶어 하는 은조에게 “괜찮아, 내일 내가 점심 안 먹으려고 하니까 지금 라면 먹어도 돼. 물 올려” 이렇게 꼬신다. 그리고 내일 점심이 되면 의지는 사라져 있고 은조는 또 무언가를 먹고 있다. 오늘도 처참하게 실패한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어제의 조’다. "괜찮아, 우리 어제도 그 모양이었지만 잘 살고 있잖아. 문제없어"


반면 조완의 조는 철저하다. 호떡을 먹고 자려는 '오늘의 조(조완)'에게 내일의 조가 나타나 호통을 친다. "너 미친 거야? 내일 얼굴 부으면 어쩌려고. 넌 나에게 미안하지도 않냐!"


매일을 하루살이처럼, 그러나 어제와 내일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우리 삶을 이렇게 잘 표현해 내다니 작가의 창의력에 감탄하면서 본다. 결국 “넌 왜 그 모양이었니”라고 자책하게 하는 ‘어제의 조’는 큰 의미가 없고, “내일 내가 잘해볼게, 오늘은 그냥 대강 살아도 돼”라고 나를 유혹하는 내일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 ‘오늘의 나’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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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차오창디 예술구(草场地艺术区)





한때 나는 ‘프로벼락치기러’였다. 그러니까 ‘내일의 나’에게 계속 부탁을 했다.


‘데드라인이 가까워지면 집중력도 높아지고 생산성도 좋아져, 알지? 부탁할게, 내일의 나’


그건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했지만 급하게 끝을 내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았다. 미리미리 했으면 실수를 줄였을 텐데,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미루기만 했을까. 미루다가 기회를 영영 놓쳐버리는 일도 태반이었다. 한번 해보고 싶은 공모전이나 각종 대외 활동도 눈 깜짝할 사이에 마감 시한이 지나가고, 결국 남는 건 아쉬움뿐이라 어제의 나를 탓하기도 했다.


이제는 달콤한 말들로 나를 유혹하는 ‘내일의 나’를 믿지 않는다. 오늘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내일까지 유효하다는 것을 철석같이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으니까. 세상이 너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으니까.


여러 번 가보고 싶었지만 게으른 ‘어제의 나’가 미뤄 두기만 한 장소, 차오창디 예술구(草场地艺术区). 798 예술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집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왜 여길 이제 왔을까? 햇살을 한가득 맞으며, 인생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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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export1629641108279.jpg Blue Goat Book Cafe_蓝羊咖啡




김신지 작가의 책을 읽다가 발견했다. 치앙마이 사원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한다.

‘Today is better than Tomorrow.’


왜 난 늘 ‘Tomorrow is better than Today’라고만 믿고 내일을 기대하며 지내 왔을까.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다면 굳이 내일을 고대할 필요는 없다. 그저 오늘을 기대하고, 잘 살아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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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_도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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