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때였다.
신입사원들의 원만한 회사 적응을 위해 인사팀에서 지정해 준 선배 멘토와 종종 점심을 먹곤 했었는데,어느 점심시간, 멘토가 초청한 친한 팀장님이 커피를 마시며 이런 말을 하셨었다.
인생에 네 가지 종류의 일이 있다.
급하고 중요한 일. 급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
앞으로 너의 시간은 어떤 일에 무게를 둬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당연히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팀장님은 그런 대답을 할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인생에서 진짜로 무게를 두어야 하는 일은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이라고 하셨다. 급하고 중요한 일은 우리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저절로 되기 마련이지만,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쉽게 잊힐 수 있다고 말이다.
짧은 찰나에 큰 감동을 받고, 그러한 일들을 제대로 해나가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건만 나는 이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깡그리 잊고, 급하고 중요한 일들(어쩌면 그냥 급하기만 한 일들)만 쳐내는데 급급하며 살아온 것 같다.
최근에 그 말이 스티븐 코비가 쓴 엄청 유명한 책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금 그때의 대화가 되살아났다.
돌이켜보면
좋은 책들을 읽는 일, 엄마 아빠에게 더 따뜻한 딸이 되는 일, 할머니께 전화하는 일, 좋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 감사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일, 배우고 싶은 언어를 배우는 일 등등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들은 인생에 참 많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쭉 덮어온 것은 아닌지.
그런 중요한 일들을 더 잘하는 나로 살았다면 지금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서 살고 있었을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분명 똑같이 살아올 것이 분명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으니 이제라도 작은 실천을 해나가는 건 어떨까.
그나저나 그때 그 팀장님은 잘 살고 계시려나, 궁금한 밤.
그 신입사원이 이제 서른다섯의 애 엄마가 되었네요.
한남동 좁고 시끄러운 골목에 이런 예쁜 카페가 있더군요 다른 세상에서 떼 온것 같은 느낌.
#급하지않지만중요한일을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