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심이가 주방으로 들어오더니
“엄마, 비밀 이야기 하나 해줄까?”했다.
요즘 매일 굉장히 코믹한 어록을 생산하고 있는지라 엄청 궁금해하며 “뭔데? 얼른 해줘~” 했더니
“엄마, 나는 커서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거였다.
으잉?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아빠가 되고 싶어?”
물었더니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나는 커서 아빠가 되고 싶어.”
라고 대답했다.
단 둘이 있을 때 심이에게 종종 '세상에 아빠처럼 좋은 사람 없어~ 아빠처럼 좋은 사람 만나~'라고 세뇌를 시켰더니
심이의 장래희망이 좋은 엄마도, 아빠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닌 ‘좋은 아빠’가 되었다.
뭐 아무렴 어때.
왠지 마음이 찡해지며 심이의 이 귀여운 바람과 믿음이 아주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한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건
때때로 돈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우리를 불편한 침묵에 빠뜨리고, 열렬히 보고 싶던 연애의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고, 예전보다 서로에게 실망할 기회를 훨씬 더 많이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한 ‘당신’이라는 사람과 우리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
참 좋은 일이다.
나의 아이에게 세상에 아빠만큼 좋은 사람 없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것,
참 좋은 일이다.
세 개의 우주가 저마다의 색깔과 저마다의 속도로, 종종 삐걱거리며 그래도 잘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
참 좋은 일이다.
부족한 것보다는 가진 것에 매일 감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