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루이 Jun 24. 2022

호흡에 관하여 (ft.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I May Be Wrong.

필라테스&요가 수업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이 수업에서 무엇보다 호흡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평생 숨 쉬며 살아왔지만 난생처음 배우는 기분처럼 낯설다. '옆구리로 숨 쉬세요, 등으로 숨 쉬세요'라는 선생님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으면 잉? 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옆구리와 등에 호흡의 감각을 집중해 본다. 어려운 퀘스트에는 이것도 있다. '최대한 깊이 숨을 쉬세요. 호흡이 몸 끝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요'. 어떻게 하면 한 번의 숨으로 온몸의 감각을 깨울 수 있을까? 어쨌거나 나는 모범생이니 몸 구석구석을 향해 숨을 들이 마시고, 세상 끝까지 가라는 심정으로 내뱉어 본다.


최근에 읽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에는 호흡에 관한 아주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일상에서 자기 자신에게 이처럼 몰입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기회가 찾아왔다면 어딘가 어색하고 두려운 마음은 뒤로하고 시작해 보기 바랍니다. 호흡으로 뭔가를 얻을 수 있어서가 아닙니다. 삶의 모든 부분을 차분하고 평온하게 바꾼다거나 내면의 희열을 맛볼 수 있어서도 아니에요. 특별히 영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호흡이란 원래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이기에 거기에 주의를 기울여보자는 겁니다.


호흡과 관련된 중요한 어휘들을 생각해 봅시다. 영감을 뜻하는 단어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에는 숨을 들이마신다, 즉 흡입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열망을 뜻하는 단어 ‘애스퍼레이션aspiration’에는 숨을 내쉰다, 즉 흡출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정신이나 활기를 뜻하는 '스피릿spirit'과 '스피리추얼spiritual’의 어원도 숨을 쉰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런 언어들의 관련성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본연의 생기와 힘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면 일상적으로 호흡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태국의 대선사이자 제가 수행했던 숲속 사원의 주지였던 아잔차 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자기 몸을 드나드는 호흡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그만큼 자기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입니다.”


잠깐이라도 힘주어 붙들고 있던 무언가를 내려놓는 간단한 행위로 상상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가령 나를 계속해서 괴롭히던 고민 대신 호흡처럼 덜 복잡한 신체 활동으로 관심을 의식적으로 돌린다면, 내면의 혼란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찾는 동시에 치유 효과도 누릴 수 있지요.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단지 호흡이란 원래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 그저 자기 자신.




그리고 제목부터 마음을 울리는 이 책. I May Be Wrong. 놀라운 삶의 여정을 걸어왔던 그는 이제 이곳에 없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 한참을, 아주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라는 부제가 달린 에필로그에 이런 문장이 있다.

죽음 뒤에 사라질 그 모든 것을 내려놓거나 적어도 살짝만 쥐고 살아가세요.


당신의 존재가 햇볕처럼 따뜻했습니다.

온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때 이른 성공을 버리고 떠난 17년간의 숲속 수행,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깨달은 것들 “불안의 폭풍우 속에 있는 당신을 구원할 책.” 2022년 1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그러자 스웨덴 전역에 거대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수많은 스웨덴인들을 불안에서 끌어내어 평화와 고요로 이끌었던 그는 2018년 루게릭병에 진단받은 후에도 유쾌하고 따뜻한 지혜를 전하며 살아갔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20대에 눈부신 사회적 성공을 거뒀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숲속으로 17년간 수행을 떠났던 저자의 여정과 깨달음, 그리고 마지막을 담은 책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삶에 감동과 용기를 전해주었다. 이 책은 모두가 인생의 진리를 추구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17년을 숲속에서 수행해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매 순간 오늘의 사회에서 주어지는 모든 자극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온갖 박탈감과 초조함, 허무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어도 불편하게 살고 있다면, 습관적으로 불행과 불안에 몰두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면, 그 패턴에서 벗어나 좀 더 평온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인생에서는 언제고 폭풍우를 맞이하게 된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온다. 이때 자기 생각을 모두 믿어버린다면 바닥이 없는 심연으로 빠져든다. 좀 더 평온한 시기에 생각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면 두려움과 아픔이 마침내 당신을 찾아왔을 때 가느다란, 그러나 굳건한 구명줄이 되어줄 것이다.


책 소개 중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인생의 로또는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