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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Jun 28. 2022

비 오는 날의 앰뷸런스

세상이 몰래 널 사랑하고 있어

거리를 걷다 앰뷸런스 소리를 듣는다. 빗소리와 함께 듣는 앰뷸런스 소리는 어쩐지 조금 더 애처롭다. 

이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억나는 단락이 있다. 

뤼후이 에세이 <세상이 몰래 널 사랑하고 있어>의 마지막 부분. 


저녁 무렵, 한 차례 비가 내렸다. 


리안은 혼자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구급차 한 대가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며 리안의 옆을 쏜살같이 지나쳐갔다. 순간, 리안은 머리와 얼굴에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오늘은 운이 지지리도 없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리안이 모르는 게 있었다. 구급차는 갑자기 쓰러진 라인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던 중이었다. 연로한 환자가 버텨내지 못할까 봐 속도를 낸 것이다. 


이 책에는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나온다. 모두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세상은 당신을 위하고 있다는 내용.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보면 보이는 일들이 막상 나의 일이 되면 잘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유독 내게만 세상이 잔인한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들을 지난다. 이 책을 만난 이후 원망스러운 기분이 들 때 종종 이 문장을 떠올리게 됐다. 


<这世界偷偷爱着你> 


어떤 문장은 가끔 읊조리는 것만으로 힘이 나니까 자주 자주 내 마음에 이야기해 준다. 

나도 세상을, 그리고 누군가를 몰래 사랑해야지.


그 어느 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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