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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Jun 30. 2022

생의 마지막 식사

마오우, 열여섯 밤의 주방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중산(中山) 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마오우는 어느 날 인터넷에 <지옥 주방>이라는 이름의 에세이를 연재한다. 지옥 주방은 고인이 된 이가 다른 세상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이다. 이곳에서 누군가의 마지막 끼니를 준비하는 이는 맹파. 이 콘텐츠가 <열여섯 밤의 주방>이라는 책으로 탄생했다.


맹파는 고인이 이승에서 먹은 마지막 식사를 읊어준다. 고인은 그 메뉴를 먹을 수도 있고, 생전에 먹은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주문할 수도 있다. 고인은 고심하며 마지막으로 맛볼 음식을 고른다. 얼큰한 마오쉐왕, 사랑하는 사람이 자주 만들어주던 갓절임청대콩국수, 인스턴트커피, 버터 맥주, 치즈 버거, 흰토끼 유가 사탕, 생강 푸딩 등 다양한 메뉴가 등장한다. 식사를 하며 그들은 주마등을 함께 본다. 고인의 인생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어떤 이는 생에 결국 하지 못한 말에 눈물을 쏟고, 어떤 이는 본인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심이와 장난처럼 "마지막 식사로 먹고 싶은 음식이 뭐야?"라고 묻곤 한다. 나의 대답은 언제나 떡볶이였는데 최근에 훠궈로 바뀌었다. 마지막 식사이니 조금 따끈한 것을 먹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심이는 갈비찜. 요즘 최애 메뉴인가 보다.


딱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작가는 '그건 현재까지의 인생을 돌아볼 때 내가 어느 시절을 가장 그리워하는지 자문하는 것과 같았다'라고 썼다.


우리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당장 그 음식을 먹기 위해서다. 맛있는 한 끼를 위해 죽음을 기다릴 필요는 없으니까. 그토록 소중한 음식이라면 당장 먹어 치우면 된다. 우리의 메뉴는 계속 바뀔 것이다. 우리 최고의 순간은 계속 바뀔 테니까.





마오우는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중산(中山)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의료신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신개념 작문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고, 현재는 도쿄에 살면서 요괴, 타문화, 미학을 연구하고 있다.


직책 맹파, 직무 설명, 사람마다 기억과 입맛, 기호가 다르고 그 속에는 각각의 삶에서 아쉽고 부족한 점 또한 녹아있다. 맹파의 일이란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만들어 줌으로써 그들이 아무 미련 없이 길을 떠나게끔 돕는 것이다. 12p


남자가 고개를 돌리더니 내게 물었다.


“맹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어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만 죽음을 생각하지요.” 95 p



대체 자살은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제가 본 손님은 크게 두 부류였습니다. 충분히 살았거나 두려움에 살았거나. 충분히 살았던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삶의 모든 것에 만족했다는 뜻이니까요. 반면 두려움에 살았던 사람은 많았지요. 그들에게는 해탈의 기쁨이 삶의 기쁨보다 컸답니다. 행복하지 못했거든요. 1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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