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학습의 길
중국어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는데 말은 잘 안 나오고, 베이징에 살고 있는데 중국어로 수다 떨 사람은 놀이터의 할머니뿐이고, '중국 친구 사귀기'에 목말라 있을 때쯤 우연히 알게 된 앱(APP)이 헬로우톡(Hellotalk)이다. 외국어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모인 서비스인데 반갑게도 한국과 한글에 관심 있는 중국 친구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신세계라고 물개박수를 치면서 계정을 만들고, 소개도 간단하게 올리고, 모멘트에 공부하면서 혼자 해결되지 않던 문제나, 중국 문화에 대한 궁금한 점도 물었다. 서비스를 몇 차례 이용해 보니 헬로우톡을 사용하는 양상은 다양했다. 작문 등 학교 숙제의 오류나 오디오 파일의 발음을 교정해 달라는 실질적인 요청과 오프라인 혹은 전화로 언어 교환을 할 친구를 찾거나, 좋은 노래, 맛있는 음식 등을 추천해 달라는 문화적인 접근도 있었다. 인스타그램처럼 하루 일과를 자유롭게 업로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그 흐름에 발맞춰 좋은 중국 노래 알려줘, 기사 보는 좋은 방법 소개해 줘, 신조어 알려줘, 무슨 APP 쓰니, 무슨 차& 과자 먹니 등 많은 질문들을 했다. 대학생들이 주 이용층이다 보니 피드백이 상당히 빠른 편이고 생생한 답변들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국 젊은이들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내 목표는 정기적으로 만나서 언어 교환을 할 친구를 찾는 것이었지만 중국 땅덩이는 그야말로 거대해서 베이징, 그것도 집 근처에 사는 친구를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메시지로 이야기가 잘 통해서 한 번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 친구가 사는 지역을 보면 비행기 타고 4시간 넘게 가야 하는 곳이 많았다. 그래도 오랜 시도 끝에 나와 비슷한 또래의 딸아이를 키우는 중국 친구 2명을 사귀어 오프라인에서 종종 만남을 가졌다. 중국 친구를 사귀며 중국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물론 대화가 깊이 들어가면 내 미천한 중국어가 늘 문제였지만.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는데 나의 한국어가 엉망진창이라는 것이다. 내게 한국어를 물어보는 중국인들에게 속 시원한 대답을 해 줄 수 없을 때가 많았다. 도무지, 차라리는 쓰임이 어떻게 달라요? 오지랖이라는 단어는 어디서 나왔어요? 이런 질문을 들을 때면 '도무지 모르겠는데'를 연발할 수밖에.
나의 엉망인 중작을 정성껏 고쳐 주는 중국인들을 마주할 때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쭉쭉 상승했다. 그만큼 <Hello Talk>이란 앱은 내 중국어 공부와 생활에 큰 역할을 해주었다.
중국 친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면 <Hello Talk>을 깔고, 말을 걸어보자. 생각보다 쉽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지도. 한국 여자 친구를 찾는 중국 남자들이 엄청 많으니 이건 알아서 잘 차단하시고. 외국인과 능숙하지 않은 언어로 수다를 떤다는 것이 처음에는 머리에 쥐가 날 만큼 어렵지만 하다 보면 나아진다. 내 안의 용기를 끄집어내어, 주저 말고 도전!!!
헬로우톡과 비슷한 이유로, 비슷한 시기에 전화 중국어도 시작했다. 책상 앞에 주야장천 앉아 있어서는 아무리 중국 드라마를 대강 알아듣고, HSK 상위 5%에 들어도 말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랭디'라는 전화 중국어를 시작했다.
TV 프로그램 코스가 있었는데 내가 평소 좋아하는 드라마로 공부할 수 있어서 안성맞춤이었다. 시간도 주제도 선생님도 매번 내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코스를 선택하면 수업 전에 예습 자료가 올라온다. 예습 자료를 미리 학습하면서 무려 30분간 떠들 수 있는 기본 재료들을 만들어야 한다. 뒷부분에 프리토킹처럼 내 의견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파트 준비가 쉽지 않았다. 수업하기 전에 늘 한 시간 이상 수업 준비를 했다. 시간에 쫓기면서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몸이 긴장상태라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위챗으로 수업을 시작하면 어버버버 떠들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전화로 하는 거라 대화가 조금 끊기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업 중에 선생님이 채팅창을 이용해 내가 틀린 문장들이나 성조들을 실시간으로 보내줬는데 이게 상당히 괜찮았다. 귀로는 선생님 목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바로바로 틀린 문장들과 바른 문장들을 확인하니 효과가 높았다.
게다가 그것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 정신없이 수업 시간이 지나간 뒤, ‘복습 자료’로 가면 제일 앞에 선생님과 내가 수업 시간에 나눈 채팅 기록이 보였다. 차근차근 다시 보면서 틀린 내용을 다시 노트에 정리했다. 그러다 보면 또 복습만으로 시간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30분 수업을 했을 뿐인데 예습-수업-복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탄탄히 해 보니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들과 비교해 봤을 때 훨씬 기억에 많이 남고, 입에 잘 붙어서 간단한 회화는 유려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잘 맞는 선생님을 찾기 위해서 여러 쌤과 수업을 진행해 보기도 했다. 선생님 별로 경력과 리뷰, 별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별점이 높다고 내게 잘 맞는 사람은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잘 웃고 티키타카가 잘 되는 선생님 두 분을 찾아서 번갈아 가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쌓이면서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편안하고 즐겁게 수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