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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Oct 18. 2022

九. 바이두 이미지와 브이라이브 자막 활용기

중국어 학습의 천군만마

우뇌는 주로 소리와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소리든 내가 말하는 소리든 소리 신호를 인식하는 과정은 우뇌에서 이루어진다. 정보 처리 속도만 비교하면 우뇌가 좌뇌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고 기억 용량도 우뇌가 좌뇌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언어나 숫자를 기억할 때도 우뇌를 함께 사용하면 빨리,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몰랐던 단어나 신조어의 뜻을 찾을 때 텍스트 설명을 아무리 읽어도 감이 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때 바이두 이미지 검색을 활용한다. 검색어 하나만 넣어도 이미지가 와르르 쏟아지니 재미도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처음에는 바이두가 익숙하지 않아서, 우리나라 N포털만 이용했는데 중국어와 문화 관련해서 바이두보다 자료의 양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바이두의 효용성을 경험하고 난 뒤에는 이미지 검색은 무조건 바이두를 쓴다.


신조어 '低头族(dītóuzú)'는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低头'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啃老族(kěnlǎozú)'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부모 품에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을 의미한다. '물어뜯다'의 의미인 '啃'을 써서 글자 그대로 늙은 엄마, 아빠를 물어뜯는 자식들을 상상해 보자. 이미지를 찾아보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잊기가 힘들다.


스푸파 서안 편을 보는데 길거리에 흰 모자를 쓴 사람들이 많아서 찾아보니 회족들이었다. 중국에는 무려 56개의 다른 민족이 있는데 묘족, 회족 등 각 소수민족도 이미지로 찾아보면 기억이 쉽다. 


와우라는 의미인 '哇塞(wāsài)', 우울해, 슬퍼라는 뜻의 '囧(jiǒng)' 등 예능 댓글에서 많이 보이는 감정과 관련된 낯선 단어들도 검색해보면 어떤 느낌인지 한 번에 알 수 있다. 흙을 먹는다는 의미의 '吃土(chī tŭ)'는 돈이 다 떨어졌다는 뜻이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보는 低头族
부모님을 물어뜯으며 살아가는 啃老族
回族(Huízú):회족(후이족)
이미지로 보니 확 다가오는 감정 표현들
흙 먹는 ㅎㅎ





바이두 이미지 검색과 동시에 큰 도움을 준 것이 네이버 브이 라이브 자막이다. 네이버 브이 서비스는 케이팝 스타들이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는 실시간 개인 방송 서비스인데 그 영상을 현지의 각 팬들이 직접 본인들의 언어로 번역한 문장들이 바로 이 자막이다. '내 오빠 멋있는 거 내 조국 친구들과 다 같이 즐겨야 돼'라는 사명감으로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한류스타들을 좋아하는 팬층이 어리기 때문에 이 문장들은 바로 지금, 현지 젊은이들이 쓰는 생생한 언어 그 자체다. 신조어는 물론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게다가 자연스러운 표현들이 많아서 어학을 공부하는 데 상당히 요긴하게 쓰인다.


어학당에서 그날 배운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어 가는 숙제가 자주 있었는데, 이때 항상 이 브이라이브 자막을 참고하곤 했다. 언어는 생생함이 생명이니, 현지에서 진짜 쓰이는 문장들을 찾고, 써보고 싶었다. 그렇게 찾은 몇몇 표현들은 ‘너 대체 이런 표현은 어디서 배운 거냐?’라는 놀란 선생님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단어를 공부할 때 브이라이브 자막에서 한 건도 검색되지 않는 단어는 ‘이 표현 진짜 이렇게 쓰는 거 맞아?’ ‘요즘 얘들은 이렇게 아무도 안 쓰는 거 같은데…흠’이라는 의심병이 도지기도 했다. 어쨌든 단어나 표현을 검색할 때 브이라이브자막이 몇 천 건 떠 있으면 이 표현은 무조건 빨리 외워서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MZ 세대들이 많이 쓰는 표현들의 중국 단어가 궁금할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브이라이브 자막만의 장점을 알 수 있는 몇몇의 예시를 들어보자. 얼마 전 갑자기 외모 혹은 비주얼 담당이라는 말을 찾아보고 싶었다. 요즘 아이돌들이 '전 비주얼 담당'이라는 말을 많이 하니까. 역시 브이 라이브 자막에는 관련 표현들이 많았다.


가장 많이 쓰는 세 가지 표현은 '颜值担当', '门面担当', '担当外貌'이었다. '颜值'는 글자 그대로 '얼굴값'이고 '门面'도 '문의 얼굴'인데, 이렇게도 쓰는구나.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표현, '짱이다'는 '好棒'이라고만 썼었는데 브이라이브 검색 결과 '好赞'이라고도 많이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다 떨다 보면 은근히 많이 쓰게 되는 표현 중 하나인 '대박'은 어떨까? 브이 라이브에는 무려 6,000개가 넘는 대박이 있었는데 '大发'라고 간단히 표현할 수 있었다. '大发'로 사전에서 따로 찾아보니 '갑자기 큰돈을 벌다'라는 정직한 설명이 있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滚'은 친한 친구 상에서 '꺼져'라고 장난칠 때 쓰는 표현인데 사전을 찾아보면 '구른다'라고 나온다. 처음에 드라마 주인공들이 친구들에게 滚~滚~하는데 친구에게 구르라는 소리인가 궁금했는데 '굴러가서 사라져라=꺼져라'라는 의미였다. 보통 '滚出去'로 많이 쓴다.


피로야 가라~월요병도 가라!라는 표현도 '滚吧'라고 하면 되는 거였다


가끔 한글 표현 중에도 이상한 표현이 있는데 예를 들어 '오늘 화장 잘 먹었다'. 내가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이라면 이상할 수 있는 표현이다. 화장을 왜 먹죠? ㅎㅎ 사전 예문에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브이라이브 자막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왜 화장을 먹었다고 표현하죠?라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는... ㅎㅎ


팬들도, 스타들도 많이 하는 말 중에 '우리 꽃길만 걷자'는 '我们走花路吧'로 말할 수 있다. 


브이 라이브 자막은 중국어 위에 영어로도 번역되어 있어 3개 국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부디 현지 팬분들의 아름다운 열정이 식지 않고 생생한 표현들이 갈수록 쌓여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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