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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Nov 07. 2022

사랑과 어울리는 단어

정확한 사랑의 실험/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사랑에 대해서 떠올리면 신형철 평론가의 두 문장이 생각난다.


첫 번째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나온 문장이다.


-욕망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사랑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 지가 중요해진다.


사랑은 상대방의 소유를 확인하거나 무소유에 분노하는 것이 아닌 결여를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믿는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서문에는 이렇게 적었다.


-앞으로 그와 나에게 오래 슬퍼할 만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때 그곳에 우리가 꼭 함께 있었으면 한다. 그 일이 다른 한 사람을 피해가는 행운을 전혀 바라지 않는다. 같이 겪지 않은 일에 같은 슬픔을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고, 서로의 슬픔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우리는 견딜 수 없을 것이므로.


신형철 평론가의 문장은 때때로 어려워서 나는 그의 책을 끝까지 밀도 있게 읽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뭐 대수랴. 그의 문장 몇 개가 마음 속에 늘 함께 있는 한 나는 그의 영원한 애독자다.


나는 그의 문장을 통해 사랑은 결여나 결핍, 슬픔과 제일 잘 어울리는 단어라는 것을 알았다. 기쁘고 넘칠 때는 각자 기뻐해도 족하다. 당신이 오래 슬퍼할 만한 일을 맞닥뜨렸을 때, 결핍의 감각이 삶을 위협할 때, 함께 아침과 밤을 맞이하고 싶다. 당신의 결핍이 내게 불안이 아닌 기쁨이 되는 그런 사랑을 꿈꾼다.


내가, 당신이, 우리가 하는 사랑이 꼭 이런 사랑이라면 좋겠다.


--

매일 읽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친구 같은 남편 춘, 친구 같은 딸 심이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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