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꼭 아팠던 나는 개근상과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권력욕이 있던 학창 시절의 나는 졸업식 때면 우수상, 모범상은 받았을지라도 개근상은 받은 적이 없었다.
개근상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 괜히 부러웠다.
진부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던 우리 집 가훈,
<건강하자, 성실하자, 감사하자>에서 늘 성실 부분이 걸렸던 것 같다.
더 성실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러면 개근상을 받아야 하는 건데, 그러지를 못했다는 아쉬움.
서른여섯에 다시 학생이 되고 보니, 그때의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 악착같이 학교에 간다.
아무도 칭찬해 주는 사람도 없는 그 일이 왠지 즐겁다.
우리 집 가훈에 걸맞은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어서 그런가.
생각해보면 순전히 자기 만족이다. 그러면 어떤가.
스스로 만족하고 흐뭇한 삶을 위해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 달 동안 1분도 늦지 않은 학생에게 학교는 작은 선물을 준다.
1분 1초가 정확해서 1분이라도 늦으면 개근상은 날아가 버린다.
어느 달에는 펜이었고, 어느 달에는 코인이었고, 이번에는 필통이었다.
모조리 쓸데없는 선물이었지만, 장학금을 받았을 때보다 기분이 좋은 느낌이다.
나는 은재가 우수상보다는 개근상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어떤 일이든 성실하게 해내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결과를 섣불리 예측해서 결정하기 보다는 몸을 먼저 움직이고 꾸준히 해보는 사람이면 좋겠다.
살아오면서 나는 그런 사람들을 존경하게 되었으니까.
꾸준함, 성실함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다.
'늦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라'
요즘 내 마음에 콕 박힌 말.
매일 아침 출근하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열심히 걸으며
나는 여전히
가끔, 진부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던 우리 집 가훈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건강, 성실, 감사.
인생의 모든 진리가 들어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