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소플라즈마
입원 10일 만에 드디어 망막 괴사의 원인이 밝혀졌다. 톡소플라즈마. 기생충의 한 종류로 고양이 털이나 덜 익힌 음식을 잘못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무엇보다 아빠의 수술과 병수발로 인해 면역력이 한없이 떨어져 균이 망막에 자리를 잡았다.
고양이는 만진 적도 없을뿐더러 날 음식을 유난히 싫어하는 엄마는 결과를 믿지 못했다. 왜 하필 망막에 자리 잡았을까,라는 반복된 질문. 뇌가 아니어서 다행이지 뭐,라는 문장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찾아낸 원인 덕에 우리는 드.디.어 퇴원 날짜를 받을 수 있었다. 급성 바이러스가 아니니 입원이 필요 없고, 매주 외래 치료를 병행하면 된다. 물론 아직 망막 괴사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한 달간 꽤 강력한 항생제를 먹고, 안구 주사도 계속 맞아야 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꽤 기뻤다.
정작 엄마는 온전히 내 몸만 돌보면 되었던 병실 생활보다 퇴원 후를 걱정했다. 집에는 거동이 불편한 아빠와 엄청난 녀석이 동시에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녀석의 이름은 바로 '끼니'였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단어, 끼니.
하지만 모든 것은 결국 괜찮아질 것이라고, 기어코 봄은 우리를 두드릴 것이라고, 나는 엄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사랑과 긍정을 쉴 새 없이 말한다.
한동안 혈당 검사 때문에 빵을 먹지 못한 빵순이 엄마를 위해 퇴원 날짜를 받자마자 병원 지하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달디단 빵을 산다. 이 작은 빵이 7천 원이네,라고 웃으며 빵을 건넸다. 맛있는 빵을 엄마와 정답게 나눠 먹는 그 작은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