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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Jul 16. 2018

기적 같은 일

아이를 가졌을 때 그런 꿈을 꿨었다. 

 

남산만 한 배가 갑자기 사라지는 꿈,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갑자기 뻥. 

어찌할 바 모르며 나는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깼었던 것 같다.

 

눈을 뜨며 허겁지겁 배에 손을 갖다 대고, 아직 내 배가 남산만 한 것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내 아이가 건강할까, 과연 나는 10개월 동안 이 아이를 잘 품고 지낼 수 있을까. 잘 출산할 수 있을까. 

그때의 나는 그 바람 만으로도 벅찼다. 

아이가 내게 온 기적, 그리고 건강하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기적.

그저 모든 기적이 계속 이어지기 만을 바랐다. 

 

불과 5년 전, 

건강하게 엄마, 아빠에게 도착하렴, 그것 말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게,라는 

간절한 기도를 하던 나는 어디로 가고

매일 아이에게 새로운 ‘바람’을 심는다.


친구와 더 사이좋게 지내는 아이가 되었으면.

짜증 내거나 울면서 말하지 말았으면. 

책과 영어 카드를 조금 더 읽었으면.  

양치질을 조금 더 잘했으면. 


바람에 바람은 더해진다.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운동도 잘해서 튼튼했으면. 

세상에 따스한 온기를 더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매일 비슷한 일상 속에서 

이 아이가 이렇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이, 

우리 가족이 모두 건강하게 하루하루 지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종종 잊어버린다. 

 

평범해서 눈부신 오늘 같은 날이 이어진다. 


10개월간 내 몸속에서 헤엄치던 너를 기다리던 

그때의 간절한 바람을 종종 기억하며 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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