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에서 찾은 용기 <윤희에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by 심루이

오타루에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내게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와 동의어였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러브레터만큼 겨울의 오타루를 아름답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가 그걸 해낸다.


겨울의 오타루엔 눈과 달, 밤, 고요뿐이거든.

가끔 그런 생각을 해.

이곳은 너와도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쥰이 윤희에게 보낸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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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오타루로 당장 떠나도 될까

이 영화는 오타루에서 도착한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다. 윤희는 비밀을 숨긴 채 딸 새봄과 함께 첫사랑 쥰이 살고 있는 오타루로 여행을 떠난다. 멀리서만 서성일 뿐 차마 쥰의 얼굴을 볼 용기를 내지 못하는 엄마를 대신해 새봄은 오타루 운하 시계탑에서 둘의 재회를 몰래 계획한다. 서로에게서 도망쳐 자기를 상실한 채 살았던 윤희와 쥰은 오랜 세월을 지나 오타루에서 다시 만난다. '눈과 달, 밤과 고요뿐인' 겨울의 오타루에서.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지나 다시 서로를 알아보는 장면 앞에서는 내 마음도 눈으로 뒤덮인 듯 고요해진다.


영화는 쥰에게 보내는 윤희의 편지로 마무리된다.


나는 나한테 주어진 여분의 삶이 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동안 스스로에게 벌을 주면서 살았던 거 같아. 너는 네가 부끄럽지 않다고 했지. 나도 더 이상 내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 우리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용기를 내고 싶어.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을 거야. 추신. 나도 니 꿈을 꿔.


마지막 덧붙일 추신 한 줄을 위해 조용하지만 절박한 삶을 살아온 윤희.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 건 나답게 살아갈 용기.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을 거야. 나의 오타루는 러브레터의 그리움으로 시작해 윤희의 용기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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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윤희에게 촬영 스팟

그리움 가득 담은 오래된 편지 같은 도시 오타루를 만날 수 있는 영화 <윤희에게>. 촬영 스팟을 미리 알고 가면 조금 더 풍성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우선 오르골당 본점. 새봄과 경수가 오타루 시내를 구경하며 들른 곳 중 하나로 화려한 오르골 소리와 고풍스러운 건물이 영화 같은 느낌을 더한다. 오타루 산책의 시작점이 되어주는 오르골당 본점. 15분마다 증기를 내뿜는 증기 시계도 바로 앞에 있으니 잊지 말자. 윤희와 쥰이 오랜 세월을 지나 재회하는 오타루 운하는 모든 관광객의 필수 코스니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 공간을 걷고 있는 시간이 조금 더 특별해진다. 오타루 운하는 하얀 눈이 쌓인 낮과 가스등이 켜진 밤이 모두 아름다우니 두 가지 느낌을 다 즐겨보자. 윤희와 새봄, 새봄과 경수가 함께 걷다 사진을 찍는 구 데미야선 철길. 개인적으로 오타루에서 제일 좋았던 스팟이 이 철길이었다. 고요한 오타루의 정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옛 기찻길.


이 영화를 움직이는 쥰의 고모 마사코는 여러번 읊조린다.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


마사코가 운영하는 카페 초비차. 카페 초비차는 귀여운 커플 새봄, 경수가 염탐하러 들린 곳이자 새봄과 쥰이 처음 만나는 카페로 파란 문이 인상적인 곳. 귀여운데다 심지 있는 마사코 고모는 내가 꿈꾸는 할머니의 모습이기도 해서 그녀가 나오는 부분은 여러 번 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로 유명한 오타루 대표 언덕길 후나미자카(Funamizaka)도 있다. 오타루 도심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가는 쪽에 위치하고 있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급경사가 장관. 오타루역에서 5-10분 소요되니 함께 들러보자.


홋카이도에서 9일, 시끌벅적한 핫플레이스를 많이 지나쳐왔지만 마음에 오래 남은 풍경은 새하얀 오타루를 걷던 우리였다. 그때의 우리는 겨울의 오타루, 겨울의 홋카이도를 꼭 닮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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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오타루

오타루에서 도착한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되어 오타루로 보내는 한 통의 편지로 끝나는 영화라니, 이보다 오타루라는 도시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한 영화 <윤희에게>. 김해원, 임주연님이 작업한 영화 OST를 들으며 오타루를 걸어보자. 특히 첫 번째 트랙 <윤희에게>를 재생하면 기차 차창으로 흩어지는 새하얀 바다와 파도를 무심하게 담은 오프닝 장면이 눈에 선하다.


'추워서 그런지 서로를 더 다정하게 대하게 되는' 오타루. 눈은 그치고 멈춰있던 윤희와 쥰의 시간은 다시 흐른다.


(5) [Full Album] 김해원, 임주연 - 윤희에게 Original Soundtrack / 앨범 전곡 듣기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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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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