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루이 Jul 18. 2018

중국에서 네이버 서비스로 살아남기

나는 그러니까, 

당연히 중국에 오면 

네이버를 덜 쓰고, 바이두나 다른 서비스를 쓰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중국에 오니 훨씬 더 네이버 서비스를 많이 쓴다. 

거의 하루 종일 네이버에 묶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국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사전. 

예전에는 이버 중국어 사전 이렇게 유용한지 몰랐다. 깨알 같은 서비스들이 이렇게나 많은지도. 

다른 사전 서비스들도 물론 많겠지만, 편리하고 익숙한 UI의 네이버 사전을 따라갈 서비스는 없을 듯. 

 

수업 시간, 드라마를 보면서, 숙제를 하면서 항상 바로 옆에 네이버 모바일 사전이 있다. 

사전의 다양한 예문과 본문이 특히 유용하다. 사실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단어 그 자체의 뜻을 찾아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고, 그 단어가 쓰인 문장을 10개 정도는 봐야 조금 감이 오는데 네이버의 다양한 예문과 본문은 그런 의미에서 훌륭하다. 

 

그리고 요 서비스에

작년 7월부터 스타들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인 ‘브이라이브(VLIVE)’ 자막이 적용되었는데, 무척 애하며 애용하고 있다. 

엑소, 빅뱅 등 한류 스타들이 라이브 방송에서 사용한 문장들을 중국의 젊은 친구들이 실시간으로 번역한 자막들인데, 

지금 중국 젊은 친구들이 진.짜.로 쓰는 단어와 문장들이 거기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혼밥', '집돌이' 같은 최근 쓰기 시작한 단어들도 막 나오고. 


언젠가부터 단어를 찾으면 다른 것보다 브이 라이브 자막부터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브이 라이브 자막 항목에 예문이 다양하면 ‘흠, 이 단어는 젊은 중국 친구들이 실생활에서 진짜 많이 쓰는 단어구나’ 생각하는가 하면, 예문이 하나도 없다면 마치 ‘죽은 단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두말하면 잔소리 < #파파고 >

파파고는 가끔 아주 ‘아무 말 대잔치’스러운 생뚱맞은 결과를 내놓을 때가 있긴 하지만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다.(절박한 초보들에게 금 동아줄과도 같음, 와서 보니 모두가 파파고를 쓰고 있었음) 

쉽고 짧은 문장들은 대부분 잘 잡아내서 번역해 준다. 


문장 숙제를 할 때 파파고와 네이버 사전, 브이라이브 자막 등 3개 서비스를 혼합해서 문장을 만든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파파고는 한중/중한 번역보다는 영중/중영 번역 버전이 정확도가 높다. 

그래서 춘은 늘 영어를 중국어로 옮기더라. 나는 요새 영어 작문 실력이 현저히 떨어진 관계로… -.,-

 

회사에서 중꿔런들과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며, 파파고를 애용하는 춘의 이야기에 따르면, 

예전에는 주어와 동사를 정확히 넣지 않으면 번역 정확도가 떨어졌었는데, 요즘은 대충 넣어도 잘 나온다고 한다. 

AI의 능력이란…

 

그리고 매일 업데이트 되는 중국어 < #오늘의회화 >. 

매일매일 짧게 4-5문장 정도 올라오는데 실생활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버스 안 등 자투리 시간에 보고 외워버리기 좋다. 

어느 신문에나 있을 만한 이 평범한 서비스의 압권은 바로 ‘ #댓글 ’인데, 매일 댓글로 해당 문장들에 담긴 의미와 문법을 설명해 주는 중국어 고수들이 있다. 


중국어 기본 표현을 알려주는 ‘대기만성’님이라던가, 

오늘의 회화 내용 안에 담긴 문법, 의미, 실제 중국인들의 생활까지 알려주는 ‘겨울’님이라던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성실하게 정성스러운 댓글을 써주시는 그 마음에 종종 감동. 역시 집단지성의 힘은 무섭다.   

 

오늘의 중국어 회화를 집중적으로 들으며 회화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 #오디오클립 ’ 서비스다. 

오디오 클립은 네이버에서 새로 내놓은 오디오 서비스로(팟캐스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됨) 

실전과 강화로 나누어진 중국어 회화 두 꼭지가 있다.  


실전은 회화 전체를 3번 반복, 강화는 10번 반복하는 클립이다. 설거지나 샤워할 때 틀어놓고 따라 하면 딱이다. 


문장 한 번당 10번씩 반복되는 강화편을 듣고 있자면, ‘너 이래도 까먹을래?’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느낌. 

이 클립의 flow를 보자면 

1. 전체 문장을 원어민 발음으로 듣기 

2. 한국어 해석과 함께 듣기 

3. 문장을 따라 하기 

4. 한국어 문장을 듣고 중국어로 말해보기 

인데 단순해 보이지만 꽤 좋은 흐름이다.

 

그 외에도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중국어 사전 서비스에는 최근 신조어 등을 알 수 있는 < #오픈사전 >, HSK 단어를 퀴즈로 풀어보는 < #신HSK >, 톡톡 튀는 그림으로 배우는 < #이미지단어 > 등 깨알처럼 귀여운 서비스들이 많아서, 각자 필요한 서비스들을 찾아보면 꽤 도움이 될 듯.

네이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중국어 사전일 텐데

허투루 만들지 않는구나, 늘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모바일중국판


네이버 모바일은 자신이 원하는 판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이곳에 중국이 테마인 판도 있다. 

뉴스, 채용을 포함한 핫한 소식, 인기 있는 중국 여행지 등 중국에 대한 모든 정보를 큐레이션 해준다. 

설정해두고 종종 들여다본다. 국에 관심 있으신 분은 중국판을 설정해 봅시다!


#카페.

 

베이징으로 오기로 결정되고 나서 이미 베이징에서 일하고 있는 아는 개발자님께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 1순위는 무엇인가요? 물었더니 대답이 “북경 Kids&Mami(북키맘) 카페에 얼른 가입해서 회원 등급을 올려라”여서 빵 터진 적이 있었는데, 그분의 대답은 실로 진실이었다. 


엄청 타이트하게 관리되는 요 카페는 베이징에서 한국인으로 살기 위한 모든 정보가 다 담겨 있고, 회원들의 참여도 엄청나게 활발하다. 그만큼 등급 올리기도 하늘의 별 따기. IT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나로서도 이런 카페는 처음이야! 하고 외칠 정도였다. 


입궁 단계에서 벗어나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등급이 되려면 게시물과 댓글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는데, 

나는 아직 입궁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블로그에는 이러쿵저러쿵 잘도 쓰면서, 왜 카페에는 글을 안 쓰는 건지… 

물건을 살 수도, 팔 수도, 드릴 수도 없는 슬픈 현실. 어쨌든, (보기 드물게) 깨끗하고, 활발하게 운영이 잘되고 있는 카페다. 


가로 #밴드 

중국에 처음 와서 가장 놀란 것은 베이징 한인 사회의 모든 상거래가 밴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밴드 담당자님 깜짝 놀라실 이야기 ㅋㅋ)

마트는 기본이고 빵집, 과일가게, 카페, 식당, 잡화, 학원, 도서관 등 거의 모든 상점들이 밴드를 운영하고 있다. 

밴드에 새로 들어온 물건들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주문을 받는다. 이벤트 등 마케팅 활동도 거의 밴드로 이루어진다. 

결제는 주문할 때 사장님께 웨이신으로 보낸다. (배달의 천국이므로 30분 안에 거의 다 배달 완료)

 

고기, 과일, 빵 심지어 회까지 밴드로 매일 확인하고 주문할지 미처 상상도 못했다. 

밴드 없는 중국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거. 

 

#라인캐릭터 도 사실 인기다. 

방화벽에 막혀 라인 메신저는 잘 되지 않지만, 캐릭터의 인기는 상당해서 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 브라운이나 코니 짝퉁 물건들을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아이들이 브라운 가방 등을 많이 메고 있다. 


시내에 라인 캐릭터 키즈 카페도 있는데, 엄청나게 비싸다고 함. 

 

그리하여 

바이두만 쓸 줄 알았던 나의 중국 생활은 시작도 끝도 <네이버>라는 사실!




작가의 이전글 심플하게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