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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Apr 22. 2019

인생은 살아있는 마음


지난겨울 HSK 5급 시험을 보고, 모두가 추천했던 ‘나의 아저씨’를 몰아보았다. 중국에서 오랜만에 만난 한국 드라마. 


도청을 통해 누군가의 내면을 알아가는 설정부터 마음을 후벼 파던 대사, 주조연 할 것 없이 살아 있던 캐릭터, 재미와 감동의 절묘한 줄다리기… 울고 웃으며 일주일을 ‘나의 아저씨’에 푹 빠져 지냈다. 극 초반 음울한 화면과 설정으로 밀려드는 우울함은 어쩔 수 없겠지만, 모두에게 한 번쯤은 보라고 꼭 추천하고픈 ‘인생 드라마’라 할만했다. “아 진짜 이건 내 인생 드라마야”라고 하는데 심이가 묻는다. 


인생 드라마가 뭐야?



응~ 정말 소중한 거 있지? 와, 이건 너무 좋다 싶은 거. 그런 거 앞에 ‘인생’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얘기하는 거야. 심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에는 ‘이건 내 인생 과자야’ 한다던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에는 ‘**이는 내 인생 친구야’ 이렇게 얘기하는 거지. 


어설픈 설명을 덧붙였다. 아 그런 거구나… 고개를 끄덕이던 심이. 그 뒤로 이 단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수많은 인생 땡땡을 탄생시켰다. 


얼마 전 호텔에 갔을 때는 엄청나게 들떠서는 “엄마, 내 인생 건물이 뭔지 알아?”라고 묻더니 대답하기도 전에 “바로 호텔이야” 했다. 먹고 난 다음 바로 ‘한 그릇 더 먹고 싶다’고 늘 얘기하는 마라탕은 인생 food고, 귀여운 모자가 달린 미키마우스 옷은 인생 옷이고, 인생 책은 메이플 스토리 수학 도둑이라며, 랩을 하듯 쏟아낸다. 급기야는 얼른 컴퓨터를 켜서 자기의 인생 땡땡 목록을 다 적어달라며 성화다. 


인생 사람은 ‘엄마’라길래, 그럼 아빠가 서운할 텐데? 했더니 “아 아빠가 지금 없으니까 그렇게 얘기 한 거야, 아빠 있으면 또 달라지지”라고 시크하게 내뱉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땡땡 붙이는 걸 까먹고, 흐뭇한 표정으로 “이건 내 인생이야~” 그러길래 푸핫 웃음이 터졌다. 과거, 현재, 미래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엄마, 아직 오지 않은 게 미래야, 과거야?”라고 묻는 일곱 살짜리 아이의 입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인생이라는 단어가 겨서


문득 드는 궁금증. “너 근데 인생이 뭔지 알아?” 하고 물었더니 갑자기 당황한 심이. 곰곰이 생각하다 심장을 가르킨다.


“살아 있는 마음… 뭐 그런 거 아니야?”



더듬거리며 내뱉은 말도 안 되는 너의 정의. 꽤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해 버렸다. 

그렇게 너의 인생도 늘 살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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