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HSK 5급 시험을 보고, 모두가 추천했던 ‘나의 아저씨’를 몰아보았다. 중국에서 오랜만에 만난 한국 드라마.
도청을 통해 누군가의 내면을 알아가는 설정부터 마음을 후벼 파던 대사, 주조연 할 것 없이 살아 있던 캐릭터, 재미와 감동의 절묘한 줄다리기… 울고 웃으며 일주일을 ‘나의 아저씨’에 푹 빠져 지냈다. 극 초반 음울한 화면과 설정으로 밀려드는 우울함은 어쩔 수 없겠지만, 모두에게 한 번쯤은 보라고 꼭 추천하고픈 ‘인생 드라마’라 할만했다. “아 진짜 이건 내 인생 드라마야”라고 하는데 심이가 묻는다.
인생 드라마가 뭐야?
응~ 정말 소중한 거 있지? 와, 이건 너무 좋다 싶은 거. 그런 거 앞에 ‘인생’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얘기하는 거야. 심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에는 ‘이건 내 인생 과자야’ 한다던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에는 ‘**이는 내 인생 친구야’ 이렇게 얘기하는 거지.
어설픈 설명을 덧붙였다. 아 그런 거구나… 고개를 끄덕이던 심이. 그 뒤로 이 단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수많은 인생 땡땡을 탄생시켰다.
얼마 전 호텔에 갔을 때는 엄청나게 들떠서는 “엄마, 내 인생 건물이 뭔지 알아?”라고 묻더니 대답하기도 전에 “바로 호텔이야” 했다. 먹고 난 다음 바로 ‘한 그릇 더 먹고 싶다’고 늘 얘기하는 마라탕은 인생 food고, 귀여운 모자가 달린 미키마우스 옷은 인생 옷이고, 인생 책은 메이플 스토리 수학 도둑이라며, 랩을 하듯 쏟아낸다. 급기야는 얼른 컴퓨터를 켜서 자기의 인생 땡땡 목록을 다 적어달라며 성화다.
인생 사람은 ‘엄마’라길래, 그럼 아빠가 서운할 텐데? 했더니 “아 아빠가 지금 없으니까 그렇게 얘기 한 거야, 아빠 있으면 또 달라지지”라고 시크하게 내뱉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땡땡 붙이는 걸 까먹고, 흐뭇한 표정으로 “이건 내 인생이야~” 그러길래 푸핫 웃음이 터졌다. 과거, 현재, 미래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엄마, 아직 오지 않은 게 미래야, 과거야?”라고 묻는 일곱 살짜리 아이의 입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인생이라는 단어가 웃겨서.
문득 드는 궁금증. “너 근데 인생이 뭔지 알아?” 하고 물었더니 갑자기 당황한 심이. 곰곰이 생각하다 심장을 가르킨다.
“살아 있는 마음… 뭐 그런 거 아니야?”
더듬거리며 내뱉은 말도 안 되는 너의 정의. 꽤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