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분히 요가에 미쳤었을까? 3개월 전의 나는. 그렇지 않고서야 도대체 왜 아무도 그리하라고 종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전에 주 3회로 끊었던 요가 회원권을 굳이 주 5회로 변경했을까? 수업 횟수를 늘리는 데 요구되는 추가금을 지불하며 일종의 뿌듯함 같은 것을 느꼈던 것도 같다. 요가에 빠져든, 심신의 건강에 집중하는 건강한 나 이따위 이미지에 취해서 말이다. 이제와 무리하게 주 5회 요가 스케줄을 실천에 옮기면서, 차투랑가(푸시업 비스무리한 자세)를 더 잘해볼 수 있을 거라 자신하며 연이어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면서, 결국 어깨와 날개뼈 주위 근육 및 힘줄에 염증을 얻는 결과를 만들어 내면서 그때의 그 뿌듯함 언저리의 감정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허세였는지를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아니, 실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맥주를 한 잔 하려는데, 펍에 있던 그 누구 못지않게 기꺼이 건배를 함으로써 내가 지금 얼마나 이 자리를 즐기고 있는지를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려 하는데 고작 500cc 맥주잔 손잡이를 움켜쥔 왼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어깨죽지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 통증은 너무나 생소하여 마치 2016년에 첫 회사를 때려치고 갔던 타이페이에서 조금은 일찍 하루를 마무리하며 호텔 방에서 그 맛있다는 망고 맥주, 330cc짜리 귀엽기 그지없던 그 맥주를 한 모금 겨우 마셨을까, 갑자기 앉아있던 테이블 위 길게 늘어진 조명이 좌우로 은근하게 흔들리길래 설마 내가 지금 이 망고 맥주 한 모금에 취했을까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지며 자아성찰을 하려는 순간 테이블 위의 조명이 더욱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해 이건 직접 겪은 경험에 기반한 판단은 아니지만 종종 갖은 미디어를 통해 접해온 기억에 의존하건대 틀림없는 지진임을 직감하고 로비로 뛰쳐 내려갔을 때 나를 비롯 혼비백산한 몇몇의 외국인을 제외하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양 평화롭기 그지없이 하던 일을 하던 호텔 직원들과 로비의 유리창 너머 땅이 흔들리건 말건 핸드폰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걸음을 재촉하던 타이페이 사람들을 보며 느꼈던 의아함과 생소함이었다. 생소하다는 것은 무언가에 대해 그 어떠한 결론이나 확신을 짓기에는 차마 경험치가 부족해 현재 진행 중인 일련의 일들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더 이제는 괜찮을까, 어쩌면 이제는?, 이제는 정말로 괜찮겠지 하는 기대를 하며 오른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왼손으로 건배를 이어갔고 다음날 더욱 진한 통증을 맞이했다.
평소 웬만하면 거의 병원에 가지 않는다. 진짜로 아파서 병원에 갔던 것은 알러지로 인해 기도가 부어올라 응급실에 갔던 것이 마지막이다. 삼십 대가 되고 겁이 많아진 것인지는 몰라도 하루 만에 급격히 심해진 통증의 강도에 놀란 나머지 평소의 나 답지 않게 헐레벌떡 병원에 찾아갔다. 귀찮아서 대충 집 앞 가까운 정형외과를 검색해서 갔던 것뿐인데 의도치 않게 숨은 명의를 찾아버린 것인가, 대기가 2시간이란다. 까짓 거 그냥 어깨 아픈 채로 살까 한 1분 정도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현금으로 완납한 주 5회 요가 회원권이 아까워 진료를 받기로 했다. 집에서 빈둥대다 2시간 뒤에 다시 병원에 갔다. 사실 어깨가 아프다기보다는 어깨와 날개뼈 사이 그 어드매가 아팠는데 이게 또 가만히 차렷하고 있을 때는 전혀 아프지가 않아 일부러 팔을 이리저리 돌리며 어디가 아픈지를 찾아야 했다. 환자 본인도 잘 모르는 환부라니. 한참 왼쪽 팔을 공중에 휘적거리다 아, 거기요, 어깨 뒤 브라 끈 쪽이요. 그쪽이 아파요. 아니요, 그쪽 말고요, 브라 끈이요 하고 원초적으로 통증 부위를 의사에게 알렸다. 학창 시절에 공부 외의 것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 듯한, 반듯하기 그지없어 보이던 그 의사와는 초면이었다.
팔을 앞으로 뻗었을 때, 뻗어서 반대로 당겼을 때, 위로 들어 올렸을 때는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는 와중에 팔을 뒤로 돌릴 때에 한정해 어깨 뒤 브라 끈이 위치한 부위에 통증이 느껴진다는 설명이 당시 나의 상태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는지 결국 나는 엑스레이실로 보내졌다. 하필 아픈 곳이 어깨 뒤 날개죽지 어딘가 쪽 에매모한 곳이어서 그런지 엑스레이를 찍는 자세 또한 내가 알던 차렷 자세라던가 촬영기구를 끌어안는 자세라던가 하는 평범한 자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허리춤보다 살짝 낮은 높이의 침대에 내 상체를 엎드려 쏟다시피 하는 자세를 취해야 했는데, 촬영 기사가 예시로 보여줬을 때는 마냥 쉽게만 보였던 이 자세가 실제로 하려니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우선 침대 높이에 몸을 맞추기 위해 하체를 구부려야 했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스쿼트 비스무리한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그 상태로 왼쪽 상체를 침대에 마구 쏟아 엎어버리는 와중에 머리는 촬영에 방해가 되므로 고개를 밖으로 향해야 했는데, 나라는 인간은 엑스레이를 찍는 그 짧은 찰나에도 어찌나 참을성 없이 안락함을 갈구하는 것인지 왼쪽 어깨에 기대어 자꾸만 침대로 늘어지려는 머리 때문에 촬영 기사에게 두어 차례 아잇! 하는 핀잔을 들었다. 실제로는 약 20초 남짓한 시간이었을 테지만 못해도 1분은 넘은 듯 느껴졌던 촬영을 마치고 나는 다시 대기실로 돌아갔다. 반듯한 이미지의 의사와 엑스레이 촬영 결과물을 두고 다시 대면하기까지 약 10분가량의 시간 동안 대기실에 머물면서 여기서 2시간 내내 기다렸다면 아마도 두통을 얻어 같은 건물 다른 층의 이비인후과에 가게 되었을 거라 생각했다. 두통에 이비인후과가 맞다면 말이다. 병원은 조용한 와중에 번잡했고, 질서가 겨우겨우 힘겹게 지켜지고 있었고, 환자들은 제각각 다양한 색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대체로 무채색으로 보이게 하는 이상한 공기가 만연했다.
아직 대놓고 보여지는 큰 이상은 없으나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당분간 운동을 멈추라는 처방을 받았다. 분명 네 하고 대답했는데 이게 왜요 혹은 싫은데요로 들렸던 것인지 반듯한 이미지의 의사는 몇몇 사람들은 꼭 휴식을 취하라면 돌아서서 또 운동하고, 운동만이 통증을 완화해 준다고 믿으며 급기야 더욱 센 강도로 운동을 진행하고는 하는데 그러시면 안 됩니다 하는 말을 덧붙였다. 또다시 네 하고 대답했다.
안 그래도 일주일에 5번이나 요가원에 가면서 슬슬 내가 가지고 있는 요가복들에 질려가고 있던 와중이었다. 슬슬 젝시믹스라던지 안다르, 찬드라 같은 요가복 브랜드 홈페이지를 틈틈이 들여다보며 이번엔 무슨 색 레깅스를 살까 심사숙고 중에 있었단 말이다. 이런 식으로 누름신을 맞이할 줄은 몰랐다. 일주일만 쉬고 다시 고민을 이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