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손이의육아 스케치 No.44
지난여름엔 우리 집 테라스에 수영장을 만들었어. 이사 오고 첫 여름을 맞아 엄마 아빠가 야심차게 준비한 선물이었지. 두 평짜리 수영장에 아침부터 장장 다섯 시간 물을 받고 한낮의 뜨거운 열기로 물을 덥히면 하원하고 온 너희들은 좋아서 소리 지르며 물속으로 첨벙 첨벙 뛰어들었단다.
튜브를 한 너희들은 깔깔거리며 발차기를 하고 놀았지. 더운 날씨에 엄마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하고, 너희들 웃음소리는 뱃속까지 간지러운데 파란 수영장 물 위에 하얗게 부서지는 태양빛은 어쩜 그리 아름답던지, 그 순간이 엄마 인생의 명장면 중 하나라고 해도 좋을 것 같구나.
때로는 엄마 아빠도 들어가 함께 물놀이를 했어. 잠수 하고 물장구도 치고 너희를 안고 이리 저리 둥둥 떠다니며 놀다가 수박도 먹고 옥수수도 먹고... 그러다 보면 더위는 금세 가시고 계절도 훌쩍 지나가더구나.
여름을 싫어하는 엄마에게도 너희와 함께 보내는 여름은 참 귀해.
그리워질 시간들이 벌써부터 아쉽고 아깝기만 하단다.
2021.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