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할 수있는 준비는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앞으로 두 편에 걸쳐 캐나다로 떠나기 전 1년여간 해왔던 준비들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일반 워홀러들처럼 1-2년 캐나다를 경험하려는 생각보다는, 처음부터 이민을 고려하고 있었기에 다른 워홀러들과 조금 준비내용이 다를 수 있다.
2015년 3월 캐나다 워홀 신청 최종 승인이 났고, 1년 안에 출국을 해야만 했다. 나는 다방면으로 최대한 준비를 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정확히 51주 뒤의 밴쿠버행 티켓을 예약했다.
우선 외국으로 워홀을 간다고 하면 준비해야 가장 기본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워홀에 대한 마음가짐과 목표
2. 도시별 특징 및 각종 생활 관련 정보 수집
3. 그 나라의 언어 (여기선 영어)
4. 초기 정착비용 모으기
5. 로컬 취업 관련 정보 수집
1. 워홀에 대한 마음가짐과 목표
- 나는 왜 워홀을 하기로 했는가? 왜 이 나라를 선택했는가?
- 한국을 떠나기 전 당신은 내적/외적으로 어떤 상황인가?
- 1년 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당신은 내적/외적으로 어떤 것이 바뀌기를 바라는가?
- 1년 후 내가 내적/외적으로 새롭게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내가 가지고 있던 것 중 워홀 하는 과정에서 버리거나 극복하고 싶은 내적/외적 요소들은 무엇인가?
- 이 워홀 1년은 나의 그 이후의 삶에 어떤 이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 워홀에서 어떤 상황이 가장 두려우며,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워홀에서 어떤 상황이 가장 기대되며, 실제로는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시간을 내어서 실제로 글로 작성해 보자.
물론 모두 다 다른 답을 내놓을 것이고 그 어떤 답도 오답이 아니다.
이 질문들에 시간을 들여 답하고 나면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윤곽이 보일 것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사전 조사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이 기대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보통은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과 답을 통한 방향 설정은, 그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찾아와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키를 잡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영주권이 목표라면?: 각 지역별 도시별 특화 산업과 이민제도에 대해 조사하자.
전문직이 아닌 주정부 이민(PNP)을 고려한다면 캐나다 주별로도 이민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주가 조금 더 영주권을 받는데 유리한지 조사해 보고 그중에서 도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정말 특별한 기술도 없고 영어를 독하게 배우고 싶은 사람들의 경우엔 다소 외진 소도시의 호텔 등에서 워킹 비자 스폰서십을 받고 진행하기도 한다.
만약 전문직으로 EE(Express Entry) 영주권 신청을 하고 싶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업이 특화된 도시로 가는 것이 일자리를 구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영주권 취득의 여정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책을 선택한다 해도 늘 예상했던 대로 흐르지는 않는다. 나의 케이스만 보아도 그렇다. 나도 확률적 안전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당시 비교적 영주권 제도가 관대한 편이었던 매니토바주의 위니펙을 선택했다. 나는 내 본업인 그래픽/애니메이션 관련의 전문직을 구할 수 없다면, Express Entry로 영주권 신청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주정부 이민까지 고려하고 싶었다. 위니펙에서 운 좋게 두 달 만에 모션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긴 했지만, 회사에서 스폰서십을 지원해주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인해 결국 워킹 홀리데이가 끝나기 6주 전에 다시 특정 회사에서만 일할 수 있는 클로즈드 워킹비자 스폰서십 LMIA(Labour Market Impact Assessment)를 지원해 줄 회사를 찾아야만 했다. 나는 정말 비자가 끝나기 전에 운 좋게 그래픽 디자이너 타이틀로 스폰서를 해주는 회사를 밴쿠버에서 구했고 오히려 이로 인해 예상보다도 더 빨리 영주권을 딸 수 있었던 케이스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영주권의 여정은 정말 상황적 변수가 많다. 그리고 위에 말했듯 운과 능력 둘 중 하나라도 따라주지 않으면 캐나다 워홀비자로 영주권을 따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목적성을 가지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만 못 따더라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이었으면 좋겠다.
- 영어공부가 목표라면?: 영어공부는 한국에서 하고 오는 것이 워홀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사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상황에서 워홀을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나라의 언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현지 회사에서 일을 구할 수 없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소통이 안 되는 외국인을 일반 직장이나 가게에서 써줄 리 없는 것과 같다) 영어를 와서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오는 워홀러들은 결국 한인 업체나 식당에서 저임금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일 년 동안 외국에서 살지만 한국 고객들을 상대하며 한국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한국인 친구들만 잔뜩 생겨난다. 그 나라 언어를 제대로 쓸 기회도, 현지인 친구를 만들 기회도 없이 외국의 작디작은 작은 한국 커뮤니티에서만 살아보는 게 정말 당신이 원하는 워홀인가? 그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목표가 아니라면 영어는 최대한 준비해서 오는 게 좋다는 말이다. 영어 준비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 다양하고 바쁜 문화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벤트와 일이 많은 대도시로 가자
영어가 어느 정도 되지만 특별히 영주권을 진행할 생각도 없고, 다양한 경험과 현지 가게에서 일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대도시가 적합하다. 한국도 서울이 가장 일자리가 많듯, 캐나다도 대도시가 일자리가 많다. 기본적으로 외국인과 함께 일하고 어울려가는 문화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그저께에 좀 더 대도시 별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2. 도시별 특징 및 각종 생활 관련 정보 수집
캐나다는 세계에서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커다란 대륙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물론 그중 절반 정도는 동토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지만, 그럼에도 서부 대도시 밴쿠버에서 동부 끝 프린스 에드워드 섬까지 비행기를 타고 8시간이나 걸리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다.(참고로 밴쿠버에서 한국까지 비행시간이 9-10시간이다) 그만큼 도시별로 날씨, 문화, 발달 산업, 물가, 다른 주이민법 등 특별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 워홀 지역으로 많이 꼽히는 곳들은 대부분 대도시들로, 동부에는 광역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 핼리팩스, 중부에는 캘거리, 에드먼턴, 위니펙, 서부에 광역 밴쿠버, 빅토리아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캐나다에 오기 전에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며 지역별 도시별 특징이나 분위기, 집세, 생활정보 등을 미리 준비했다. 나는 밴쿠버 위주로 있었기 때문에 아래의 커뮤니티를 많이 이용했다.
- 다음 카페의 우밴유(우리는 밴쿠버 유학생): 워홀로 밴쿠버에 와서 처음 집 구할 때 그래도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룸셰어 할 한국사람 구하기 좋은 것 같다.
- 네이버 카페의 캐사사(캐나다 사는 사람들): 캐나다에 사는 한인 전체가 모여있는 공간이긴 하고 나이대가 조금 더 있는 편이다. 그래도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기에는 도움이 된다.
- 페이스북 그룹의 나 밴산(나 밴쿠버 산다): 나밴산은 사실 밴쿠버에 와서 더 도움이 되긴 한다. 보통 정보 공유를 위한 Q&A가 활발한 편이다.
북미의 생활/취업 정보수집에 도움 되는 커뮤니티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다.
3. 영어 준비
영어만큼 캐나다 워홀의 성공여부를 가르는 게 또 있을까? 나는 캐나다에 왔을 때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았음에도 어느 정도 현지인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비싼 회화학원을 다닐 만큼 여유롭지도 않았고, 그 흔한 온라인 회화 수업을 듣지도 않았다. 내가 "영어로 소통하는 나"에 대한 정체성에 조금 더 일찍 익숙해졌던 이유를 굳이 뽑자면 스무 살 즈음에 미국 그랜드캐년으로 자원봉사 3개월을 다녀온 경험 덕분인 것 같다.
- 우리에게 영어는 학문이 아니라 도구
워홀을 오기 전에 속성으로 영어회화에 익숙해지는 팁 중 하나는 "자기가 주로 하고 싶은 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근무지에서 사용할 말의 패턴이나, 자신의 말의 패턴을 파악해서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미리 머릿속에 새겨두고 입으로 연습해 두는 것이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사고하고 생활하는 패턴 안에서 말한다. 언어가 바뀌어도 사고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말습관이나 자주 이야기 하는 주제, 상황, 업무관련한 것들을 먼저 면밀히 조사해 보고(하루 동안 자신의 대화를 녹음해 봐도 된다) 그것을 영어로 전환시켜 보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영어 회화 독파!"라고 하는 수업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것보다, 현지에 왔을 때 내가 일터에서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 내가 자주 쓰는 말 습관은 무엇인지, 내 관심사를 영어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등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밖에 영어로 일기 쓰기도 참 도움이 된다. 자기 생각을 영어로 어떻게 써야 할지 막히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이를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게 된다. 물론 모든 표현을 한 번 찾아본다고 다 자기 것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쓰다 보면 자신의 사고 패턴과 말습관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고 반복해서 같은 표현을 익히게 되는 효과도 있다.
내가 한국에서 준비할 때 썼던 방법은 아니긴 하지만, 좋아하는 관심사의 영어권 유튜버의 말의 표현을 따라 하고 익히는 연습, 혹은 챗 GTP를 이용한 회화 연습 등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 무의식에 천천히 영어환경 적응시키기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의 모든 컴퓨터와 휴대폰은 전부 영어버전으로 사용했다. 당연히 처음엔 답답함이 느껴지겠지만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쩔 수 없이 배우게 되는 표현들도 꽤 많다. 쭉 영어뉴스를 다 알아듣지는 못하더라도, 속도나 연음에 자연스러워지려고 CNN 같은 채널을 계속 틀어뒀었다. 이런 자잘한 주변상황을 변화시켜 놓는 것만으로도 내 무의식에 앞으로는 영어환경으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것 같다.
실제 현지인에게 사용하는 연습을 캐나다에 오기 전부터 해두면 좋다. 나는 한국에서 알바를 할 때에도 영어를 쓸 수 있는 일들을 했었다. 내레이터 알바,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홍대의 바텐더 등 원어민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있다. 그 외에도 몇몇 외국인 친구들이 있어서 종종 대화를 하면서 "영어로 소통하고 있는 나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 어느 정도가 워홀에 올만한 영어실력일까?
캐나다는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비영어권 외국인 노동자와 일할 때 꽤 배려심과 인내심을 기반하고 있는 좋은 근무 문화를 가지고 있다.(물론 모든 회사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나도 영어를 엄청 잘하지 않았고, 첫 미팅에서 현지인들의 대화를 이해한 건 거의 40% 미만이었을 정도로 초기에는 매 순간이 도전인 시간들이 있었다.(사실 지금도 스피킹보다 리스닝이 더 힘들다) 하지만 한국에서 외국인 친구와 반나절 시간을 보낸다고 가정했을 때, 비교적 부드럽게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실력이라면 캐나다에서 취업의 발판은 어느 정도 준비된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