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육아 맛보기
나는 다급한 마음에 손녀에게 약속을 했다.
다급함 이라기보다 황혼육아를 살짝 맛보는 할아버지로서
나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딸들이 결혼하여 딸들을 낳았다.
딸들은 지금 육아의 고단한 세계 속에 살아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육아를 할 때는 힘들고 고달프다.
힘든 육아를 할 때는 애들이 빨리 좀 컸으면 했지만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니 우리가 그만큼 늙어 버렸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것은 마치 모래시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되돌아보면 그때가 인생에 행복한 날들 중에 하나이다.
일전에 둘째 딸이 둘째 딸까지 낳아 지금은 집에서 산후조리 중이다.
요즘은 산후조리 도우미 샘이 오셔서 다행이긴 하다.
할머니 할아버지인 우리는 도우미 샘이 없는 시간에 둘째 딸 집에 방문한다.
그때에 가까이 있는 셋째 딸도 3세 자기 딸을 데리고 함께 하게 된다.
모이면 딸들의 육아에 도움이 되길 바람으로 우리가 식사를 해결해 주고 있다.
아뿔싸! 식사자리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둘째 딸 6세 손녀와 셋째 딸 3세 손녀가 신경전이 벌어졌다.
어린이 용 식탁에 서로 앉겠다는 신경전이다.
언니가 되는 손녀는 자기 전용 식탁의자를
사촌동생이 사용하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인다.
3살짜리 사촌 동생은 아직은 그런 개념이 없어서인지 자기 것처럼 사용한다.
언니에게 자리를 돌려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
나는 밥을 먹다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살짝 긴장이 되었다.
두 딸들도 애들의 모습을 보면서 긴장하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식사를 하다가 3대가 함께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나는 마음속에 걱정이 되었다.
이와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게 될 것이다는 생각에
즉각적인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유니야!
할아버지가 다음에 올 때에 선물을 사가지고 올게'
자기 의자를 사촌 동생에게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나는 6세 손녀와 약속을 했다.
오늘 유니가 동생에게 의자도 사용하게 해 주고
너무 잘 돌보아 줘서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고 싶어”
라고 약속을 한 것이다.
그전에
딸들과도 어린이용 식탁 의자를 추가할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비용은 내가 해결을 할터이니 속이 알아볼 것을
다행히 의자는 생각보다 빠르게 확보가 되었다.
후에 우리는 다시 둘째 딸 집에 방문을 하는 날이 돌아왔다.
가족 간에 서로 얼굴도 보고 딸들의 육아에 참여하는 의미도 있다.
만나는 날에는 셋째 딸네도 함께 전과 같이 식사를 한다.
나는 둘째 딸 집에 가기 전에 손녀에게 약속한 선물을 사야 한다.
그런데 어디서 무엇을 사야 애들이 좋아할지를 몰라 좀 막막하다.
집사람과 몇 군데 마트를 다니다 적절한 것을 발견했다.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깜찍한 인형이다.
선물을 하나만 준비할 수는 없다.
약속은 둘째 딸 6세 손녀에게 했지만
셋째 딸 3세 손녀에게도 당연히 같이 주어야 한다.
하나만 사다 주었다가는 아무도 안주는 것 보다 못한 일이 생긴다.
나는 인형 2개를 샀다.
인형들이 가격과 구성이 같았지만
조금은 머리 스타일과 분위가 서로 다른 인형들을 2개 골랐다.
마침내 둘째 딸 집에 모인 손녀들 앞에 선물을 내밀었었다.
아차차! 내가 미처 생각 못한 것이 있었다.
각각 하나씩 나누어 주다가
둘 다 어떤 인형 하나 만을 선호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찔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최종 선택을 지켜보았다.
둘째 딸 6세 손녀가 자기 마음에 드는 인형 하나를 선택했다.
나머지 하나에 대한 셋째 딸 3세 손녀의 반응이 남아있다.
셋째 딸 손녀가 2~3초 정도 망설인다.
우리는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손녀가 나머지 인형을 들고 흡족한 표정과 함께
웃음을 지으며 자기 가슴에 꼭 안는다.
“우와! 다행이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황혼육아 돌발 위기는 이렇게 넘겼다.
“할아버지! 인형 선물 마음에 들어요!”
우리가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을 즘에
둘째 딸 6세 손녀가 활짝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이날은 추가된 어린이 용 식탁의자 덕에
손녀들은 식탁에 둘이 나란히 앉았다.
밥을 먹을 때에 유니는 사촌 동생 옆에 앉아
동생의 밥을 떠먹여 주기까지 하는
다정하고 의젓한 언니의 모습을 보인다.
‘할아버지 선물효과가 있었는가?’
‘그날 커디션과 기분이 좋았나?’
잘 모르겠다.
귀엽고 앙증스러운 손녀들 목소리와 모습에
할아버지는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