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쓸 말이 없어 어떡하지
지금 내 책상 밑에 방아깨비가 있다. 방아깨비가 아닐 수도 있다. 솔직히 뭔지 모르겠다. 근데 방아깨비도 튀겨 먹나? 몰라아아아ㅏㅇㅓㅁ낭러ㅣ머ㅏ어ㅣ라ㅣ미ㅏ허ㅏ저ㅏㄷ하ㅣㅏ흥미ㅢㅏㅓ하ㅣㅁ느ㅏㅣ므라으ㅏㅣ무하ㅓ하ㅣ머ㅣ라ㅜㅏㅎㅇ뭐ㅝㅇ뮈름하무하ㅣ즤ㅏ웋ㅁ
오늘 일과 얘기나 해 보자.
재밌을 지도 모름
오늘 무려 오전 9시에 일어났다. 나는 보통 새벽 4시에 자서 낮 12시에 일어난다. 그러니 말하자면 평소 오전 6시에 일어나는 직장인이 새벽 3시에 일어난 것과 같은데, 이상하게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그 놈의 조교 일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신새벽에 기상하는 데에도 조금 적응된 듯 하다.
과외를 가니 순이(가명, 중3, 여) 어머니께서는 우리에게 간식으로 수제 바나나 우유를 각 한 잔씩 주셨다. 어제 저녁 순이는 아버지와 싸웠다. 어머니께도 핀잔을 들었다. 순이는 아침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픈데, 이 바나나 우유를 마시면 엄마한테 지는 것 같아 마시기 싫다고 했다. 그래서 내 진솔한 생각을 전했다. "너 지금 이러는 거 너희 엄마 닮았어." 순이는 질끈하고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맛있다며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 친구와는 토플 수업을 했다. 스피킹 주제 하나가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대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쉽다'는 말에 동의하는가?"였다. "케바케입니다."라는 답변을 1분 분량으로 늘이는 작업을 함께 했다.
2. 교보문고 분당점에 갔다. (17:00-18:00)
다음 주부터 새로 시작하는 과외가 있어 교재를 고르러 갔다. 초등학생 수업이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 미궁에 빠진 기분이었고, 서점 평대에 서서, 만난 적 없는 철수(가명, 초4, 남)의 영혼에 빙의하기를 시도했다. 문법 교재 7권을 펼쳐놓고 치열히 토너먼트를 벌인 끝에 한 권을 선정했다. 이야기 책도 한 권 골랐다.
서점엔 책이 참 많다. Nevertheless, 꼭 찾아야 하는 책 한 권이 이곳에 없었으므로 인근 영풍문고로 이동했다. 구비구비 돌아다녀 다행이 책을 찾았지만, 영풍문고는 웹사이트에 보유도서 검색 기능을 좀 만들어 줬음 좋겠다!
책과 영수증을 찰칵, 찰칵, 찍어 철수 아버님께 보내 드렸다. 자녀 교육은 보통 어머님들이 담당하시는데, 철수 아버님께서는 몸소 향후 육개월 치 내 영어 수업의 커리큘럼을 이미 다 짜 놓으셨다. 오. 이 수업의 미래는?
17년 지기 친구가 결혼한단다. 몇 년에 한 번씩 보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많아 그런지 애틋하다.
같이 놀던 무리가 있었는데, 열 다섯 살 우리는 참 순수했다. 율동공원에서 어색하게 커플 자전거를 타고, 주중에 학교 운동장에서 문방구표 불꽃놀이를 하며 꺅꺅 소리를 질렀다. 얘들은 내가 학원 가 없는 사이 우리 집에 모여 짜장면을 먹고, 우리 아빠의 인솔 하에 인근 절에 가 가부좌를 틀고 단전호흡을 했다. 결혼하는 이 친구는 열혈 청춘 스타트업 사업가로써, 17년 만에 처음 내게 고백했다. 단전호흡을 하던 당시 몸이 1초 간 붕 떴다고. 하여튼 애가 조금 남다른 면이 있다.
방황 깨나 했던 친군데, 이제 안정을 구할 곳을 찾은 것 같아 보여 흐뭇했다.
"그동안 내가 인간 관계에 대해 좀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었더라고,"그가 말했다.
"어떤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너무 힘이 들 때, 내가 문제가 있거나, 상대에게 문제가 있는 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 그런데 이 친구(예비 신부) 만나면서 깨달았어. 그런 관계들이 어느 누구의 문제 탓이었던 게 아니라 그냥, it was just not right. As simple as that."
애가 해외에 오래 살아서 저렇게 영어를 섞어 말한다. 나도 영어로 답했다.
"Yeah."
"좀 더 단순하게 살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 'a list of achievements'가 삶의 전부는 아닌데 말야."
뼛속부터 achievement-ist인 내 친구 입에서 이런 말도 나온다.
무려 네 시간이나 수다를 떨었다. 이렇게 종일 배꼽 빠지게 웃은 게 얼마 만인지도 모르겠다. 오랜 친구와는 추억 얘기가 화수분마냥 쏟아진다. 다 알고 있을 것 같은데도 "아 그런 일이 있었어?"하는 에피소드가 꼭 하나씩 있다. 아직도 내 사진 앨범 어딘가에 그 커플 자전거 타던 날의 수줍은 사진들이 꽂혀 있는데, 모두 다 장성해서 또 한 명이 이렇게,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
좌충우돌, 선한 반골, 양영중의 개츠비. 친구여. 잘 살자!
쿠키 1
* 핸드폰으로 종일 브런치를 들락날락 했다. (기상-현재: 10분 간격)
- 통계 기능을 처음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시력이 좀 떨어진 것 같다.
쿠키 2
* 오 생각보다 할 말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