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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고백의 좋은 예

Daft Punk의 Something About Us

by 리미아

우선 노래 듣고 가실게요. 꼭 듣고 가실게요.


일렉트로닉 음악의 대부 Daft Punk의 Something About Us


It might not be the right time.

I might not be the right one.

But there's something about us I want to say,

Cause there's something between us anyway.


I might not be the right one.

It might not be the right time.

But there's something about us I've got to do.

Some kind of secret I'll share with you.


I need you more than anything in my life.

I want you more than anything in my life.

I'll miss you more than anyone in my life.

I love you more than anyone in my life.



나에겐 몇 개의 '영혼의 노래'가 있다. 맞춤복처럼 착 감기는 노래. 듣고 있으면 시공을 잊게 되는 노래. 취하는 노래. 듣는 내가 쿨-해지는 노래.


Daft PunkSomething About Us(2001)는 바로 그런 노래다. 이 노래를 들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설렌다.


이 담백한 사랑 노래의 설정은? 짧지 않은 기간 썸타던 상대가 어디론가 떠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숨겨 왔던 마음을 털어 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노래는 어느 각도에서도 멋있지만, 특히 한 편의 고백으로서 굉장히 섹시하다.


왜 섹시한가?

다음의 애티튜드 때문이다.


1. "간단히 말할게."


노래는 총 세 절. 반복 없이 세 절을 부르고 담담히 퇴장한다. 각 절은 딱 필요한 말 네 줄로 이뤄져 있다. 경제적이다. 모호하거나 추상적인 태도로 듣는 사람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 비겁하게 퇴로를 열어 놓지 않는다.


2. "솔직히 두려워." (1절 1,2 행)


"시기가 적절치 않을 수도 있어 (It might not be the right time)"

"내가 너한테 맞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 (I might not be the right one)"


상대가 말하기 전 고백자가 먼저 “이 고백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상대 입에서 그 말을 듣기 전에 “걱정마 나도 알고 있어”로 선수치는 것이 아닌가? 이 고백자는 강철 멘탈로 무장한 불도저 쾌남이 아니다. 그는 거절당할 것이 두려운, 약간은 소심하지만 자존심은 있는 우리 종족 사람이다. 이 고백을 하기 전까지 얼마나 혼자 뒤척이며 고민을 했을까? 동질감을 느낀다.


3.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1절 3,4행)


"그래도 난 우리 사이에 대해 얘기 해야겠다 (But there's something about us I want to say)"


이제부터가 정말 매력적인 부분이다. 이 분은 두려움 때문에 공을 상대한테 떠넘긴다거나, 자신의 욕망을 인지하고도 여우가 신포도 보듯 합리화하며 포기하지 않는다. 두렵지만 직면하고 승부하는 risk-taker는 섹시하다.


"어쨌든 우리 사이에 뭔가 있는 건 맞잖아(Cause there's something between us anyway)"


모든 가사를 통틀어 가장 섹시한 대목.


썸이란 팽팽한 긴장 관계다. 누구 하나가 이 관계를 먼저 수면 위로 끌어 올려주길 기대하고 기다리는. 고백자는 이 대목에서 관계의 국면을 주도적으로 전환한 것을 넘어서, ”너도 인정하시지?“ 하고 애매하게 서 있는 상대를 돌려 마주 선다. 박력있다. 추격전에서 계속 쫓기다가 핸들을 360도 끽- 틀어 쫓아오던 차와 마주보고 서는 장면이 떠오른다.


4. "난 너 없으면 안 돼." (3절)


"난 내 삶의 그 무엇보다 네가 필요해 (I need you more than anything in my life)"

"난 내 삶의 그 무엇보다 널 원해 (I want you more than anything in my life)"

"난 내 싦의 그 누구보다 네가 그리울 거야 (I'll miss you more than anyone in my life)"

"난 내 삶의 그 누구보다 너를 사랑해 (I love you more than anyone in my life)"


"필요"에서 시작해 "사랑"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주 근사하다. Need는 가장 원초적인 개념이다. 필요한 걸 채워야 want든, miss든, love든 가능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난 네가 필요해”를 가장 먼저 얘기한 것은 본능적으로 솔직한 고백이다. 본능과 원초를 뺀 섹시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want와 miss의 단계를 거쳐, love로 나아간다. 필요하면 원하게 되고, 원하다 보면 그리워지고, 그 그리움에서 이것이 사랑이었음 알게 되는 것은 그 자체가 또 원초적인 전개 아닌가? 소년처럼 투명하다.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런 가사와 이런 멜로디, 이런 분위기로 노래하는 남자를 좋아하고 있지 않는 나를 상상하기 어렵다.


이 노래는 Daft Punk 음악 중에서도 가장 대중성 있는 노래라 많은 분들이 익히 알고 있겠지만, 혹시 아직 안 들어보신 분은 들어 보시구요. 이 노래가 모두에게 먹히는 고백법은 아닐 수 있다. 조금 더 달콤한 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내 관점에서 직시는 회피보다 매력있고, 담백한 몇 마디가 장황한 서사보다 강하다. 그리고 소심한 사람의 용기는 타고난 용자의 용기보다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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