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것들.
아침이 제법 쌀쌀해졌다.
이젠 겉옷을 챙겨 입어야 한다.
여름이 엊그제였는데, 벌써 겨울이 곧이구나.
추위가 찾아올 때쯤이면,
왠지 모르게 스쳐간 것들이 아른하다.
그때는 머물던 것들이, 이제는 스쳐간 것들이 되었다.
머무는 동안은 오래일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이 잠시였다.
모든 것이 그렇게 스쳐 간다.
분명 머물 줄 알았는데.
이젠 나도 모르게 그 머무름을 계산한다.
이 정도면 오래 머물렀으니, 괜찮아.
ㅡ괜찮은 거 맞는 건가.
돌아보면 지나 있다는 게 분했던 시기가 있었다.
영원히 머무르고 싶던 시간, 감정, 열정들이
어쩔 수 없이 사라져 갈 때마다
나는 그 안에서 후회했고,
다음엔 달라지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또 같은 자리에서 같은 아픔을 겪었다.
남겨야 하는 것과,
남기지 못하는 것들 사이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그래서일까, 매번 찾아오는 추위는
그때의 미련을 벌처럼 다시 데려왔다.
이젠 뻔해진 사람들, 감정, 상황, 열정.
어느 것 하나 진심으로 내 살갗을 파고들지 못한다.
그 아픔마저 살 속을 파고들지 못하는데,
고작 추위가 파고들어서 아른함을 느끼게 하다니.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울 땐 겉옷을 챙겨 입고,
더울 땐 겉옷을 벗듯이,
당연한 일들을 잊지 않고 살아야겠다.
ㅡ중요한 건, 쌓아 올리는 게 아닌,
쌓기 전에 해야 하는 기초인데,
쌓기만 하려다 보니 계속 옆으로 쓰러지려 하는 걸 어떻게든 똑바로 잡으려고 노력하고 사는 게 아닐까.
전기장판을 틀어 놓고,
이불도 덮고, 글을 쓴다.
따뜻하다.
이 따뜻함을 너에게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