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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ya Oct 09. 2017

무늬만 국어국문학도

사회 초년생으로 살아가기_2

  “나는 국어국문학도이다.” 이 명제는 참(true)과 거짓(false)을 분간하기가 참 힘들다. 대학을 국어국문학과로 입학한 건 맞다. 하지만 양심상 ‘입학을 국어국문학과로 했기 때문에 졸업도 국어국문학과로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게 가장 적절할 것 같다. 각종 학과, 학회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동기, 선배, 교수님들과의 유대는 물론이고 학문적인 부분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수업 시간에 만나면 제 식구라고 관심을 보여줘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럼 왜 하필 국어국문학과에 진학을 했을까? 꽤나 운명적인(?) 이야기가 있다. “왜 OO 이름 뒤에는 ‘-야’가 붙고, OO 이름 뒤에는 ‘-아’가 붙을까?” 7살 때쯤이었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친구들의 이름을 쭉 넣어 보니 이름 뒤에 받침이 없으면 ‘-야’, 받침이 있으면 ‘-아’가 붙는다는 걸 알게 됐다. 스스로에게 던진 꽤나 진지한 질문 덕분인지, 이름 덕분인지는 몰라도 국어국문학과와 인연을 맺게 됐다.


  물론 현실은 수능 점수에 맞춰 진학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도 학교 다닐 땐 시험지를 빼곡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바짝 외운 지식이라도 있었다. 열심히는 해서 나름 수석 입학, 차석 졸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 가서 국어국문학과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민망하고 부끄럽다. 그저 맞춤법만 틀리지 말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졸업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지금의 직업을 가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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