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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Feb 20. 2024

21) 베르시아노스 - 렐리에고스(2023.10)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10.04.수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으슬으슬 감기 기운도 있고 아침에 몸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이날은 배낭도 매고 걸었는데. 분명 가뿐했던 배낭이 천근만근이 되었다. 뭔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있는 바르에서 신라면을 판다고 해서 갔다. 아침부터 라면이라니. 그러나 여기서는 가능하다. 보통 라면에 밥까지 같이 시키는지 나에게 온리 라면이냐고 몇 번 물어봤다. 


라면을 기다리며 길에서 인사한 부자와 다시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다. 거기에는 장발 청년도 있었는데 해병대 출신이고 50키로 이상의 거리를 걸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날도 40키로 가까이 걷는다고 했다. 


라면이 나오자 부자는 하나 주문해서 먹자며 라면을 시켰다. 하, 라면. 나는 한국에서도 라면을 그리 잘 먹지 않는다. 학창시절 한창 살이 막 찔 때 라면을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성인이 되고서는 딱히 즐겨 먹지 않았다. 그리고 신라면보다 진라면 순한맛을 좋아하는데. 너 왤케 맛있니 ㅠㅠ 무슨 약이라도 되는 듯 흡입했다. 계란도 풀어있어 맛이 좋았다. 얼큰한 국물이 아침 감기기운을 싹 날려줬다. 


그래도 몸이 무거웠다. 간신히 렐리에고스에 도착해서 짐 풀고 씻고 빨래하고 나니. 내일 길이 걱정되었다. 무릎이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의 산티아고 코치인 에밀리아 언니와 톡 대화를 나눴다. 


나 아무래도 내일 버스나 택시를 타얄 것 같다, 지금 몸 상태도 좋지 않고, 무릎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조금 뒤 언니는 지금 레온에 대모님 부부가 에어비엔비로 큰 집에 있다며. 택시 보내줄테니 지금 바로 레온으로 가는 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모든 상황이 되도록 마련해두고, 언니는 내게 의견을 물었다. 내가 원치

않으면 안 가도 된다고. 많이 지치고 힘들어서인지 왈칵 눈물이 났다. 


그리고 바로 짐을 싸서 택시를 타고 레온으로 갔다. 


레온에서 대모님 부부는 나를 살뜰이 맞아주셨다. 정말 딸처럼 먹을 거, 약, 상처 다 봐주시고. 방에 들어가서 자라며 신경 쓸 거 없다고 해주셨다. 저녁 먹으러 나갈 힘도 없어서 다녀오시라고 했는데. 장봐서 들어오셔서는 나와 함께 토스트와 간단한 음식과 와인을 저녁으로 드셨다. 


다음 날 두 분은 일찍 나간다며 체크아웃 시간까지 여기서 푹 쉬라며… 정말 온 몸의 피로와 긴장과 그간의 외로움 등등이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천사분들이다. 


그렇게 급 레온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침 라면으로 힘내서 다시 걷는 길




도로 옆을 지나는 길은 지치고 힘들다




숙소에 도착했다가, 레온으로~




https://maps.app.goo.gl/H12gJHHA7iMN7g4F6


https://maps.app.goo.gl/iR8HLBNddg6TRKd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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