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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Feb 28. 2024

26) 레온 -(버스)- 아스토르가(2023.10)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10.09.월


레온에서 느즈막히 일어나고 싶었지만 그동안 습관이 들어서인지 5:40경에 눈이 떠졌다. 뒹굴거리며 버티고 버티다가 하마터면 버스 시간 놓칠 뻔 했다. 


버스를 타고 비르헨 델 까미노로 갔다. 그곳에는 그제 레온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길 위의 성모님 기적이 일어난 성당이 있다. 그리고 그 성당의 조각은 가우디 성당에 한 파시드를 조각한 조각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비르헨델까미노의 첫인상은 구걸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레온에서도 구걸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레온은 큰 도시이고 관광지니 그럴만 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여기는 작은 마을인데도 그에 비하면 걸인이 많은 느낌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바로 성당부터 찾아갔다. 앉아서 기도하는데 눈물이 났다. 그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것을 무엇이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 길위로 오기까지 또 이 길 위에서도 이후에도 성모님께서 함께 해주신다는 마음이 차올라 그 감사함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혼자 걷고 또 아프고 그러다보니 외롭고 힘들었다. 성당에 앉아 가만히 기도하고 있으니.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 순간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또 도움도 받아 힘이 났던 것 같다. 성모님의 기도와 예수님의 사랑과 하느님의 자비로 여기까지 왔다. 성령께서 인도해주시는 이 길 위로, 이 길 따라. 


성당을 나와 근처 식당으로 가서 토스트와 커피를 마셨다. 토스트가 얼마나 맛있던지, 또 가게 점원은 얼마나 친절하던지! 그러나 다음 버스까지 시간은 길었고, 한 곳에 오래 머물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다. 그래서 나와 약국에 가서 붙이는 파스와 영양제를 샀다. 


그리고도 시간이 남아서 버스정류장에서 가까운 바르에 갔는데. 거기서 병에 담긴 와인(아마도 샹그리아?)를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마셨는데. 어머 맛있어!


버스 시간이 가까워 정류장으로 가니 나 말고도 버스를 타는 순례객이 또 있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순례객들이 다양한 이유로 버스를 이용했다. 


아스트로가에 도착해 공립 알베르게에 들어갔다. 체크인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론세스에서 만난 대만 아주머니였다! 너무 반가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주머니도 나를 알아보고, 우리는 반가워 서로 꼭 안았다. 그 모습에 주위 사람들도 같이 기뻐해주었다. 


게다가 바욘에서 만났던 대학생도 다시 만났다. 나보다 하루 늦게 시작하는 일정이었는데, 그동안 잘 걷나 소식이 궁금했었다. 이렇게 잘 걷고 있는 모습으로 만나니 그것이 또 행복이었다. 


전날 레온에서 빨래를 못 했다보니, 이 날 이틀치 빨래를 해야했다. 볕이 좋아 다 마르긴 하는데. 단 두 벌 밖에 없는 바지를 모두 빨아버린 것이다. 남은 건 꽃무늬 잠옷바지 뿐… 밖에는 나가야겠고 난감하다 싶었다. 어쨋든 아스토르가까지 와서 가우디가 지었다는 주교궁을 안 볼 수는 없으니. 일단 갔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러나 나가는 길에 레온에서 만났던 한국인 순례객을 만났다. 안부를 나누고는 바로 나의 바지에 대해 ‘할머니 바지’라고 알아봤다. 크 제일 창피한 순간이었다. 바지를 모두 빨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모른 척 해달라고 하며 서둘러 갔다. 


성당 미사 시간을 알고 싶었지만 문이 닫혀 있어 알 수 없었다. 주교궁을 관람하고(그저 그랬다. 보네티스 주택보다는 감흥이 덜 했다) 그 옆에 바실리카 박물관까지 가고 싶었는데. 무릎이 너무 아파왔다. 그래서 바실리카 대성당은 눈물을 머금고 패스했다. 다음에는 바실리카만 가야지. 


그리고 알베르게로 돌아가는 길에 아까 닫혀있던 성당 문이 열려 있어 미사 있는지 물어보러 갔다. 성당 안에는 사람들이 꽤 앉아있고 분위기가 뭔가, 미사 시작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앉아계신 아주머니에게 미사

몇 시냐고 물어보니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네?! 잠옷바지 차림으로 얼떨결에 미사까지 드렸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잤다. 내가 알베르게 도착했을 때 내 다음으로 온 독일 청년이 있었다. 방 배정 해주는 할아버지가 나와 청년을 한 방 이층침대 위아래로 배정했다. 그러려니 하고 청년이

짐 푸는 동안 나는 복도에 나와 있었다. (걷고 온 뒤라 청년의 암내가 너무 힘들었다) 다시 온 방배정 할아버지는 나에게 뭔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뭣도 모르고 괜찮다고 했더니, 친구인 두 서양인 아저씨를 내가 있는 방으로 배정했다. 그 방은 이층침대 두 개만 있는 작은 방이었다. 


코골이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잘 잤다. 


서양인 아저씨 중 한 분은 좀 점잖고 한 분은 기타 들고 다니는 낭만파였는데. 낭만 아저씨가 나에게 이름도 묻고 이것저것 짧은 나의 영어를 이해해주며 분위기를 풀어줘서 고마웠다. 






길 위의 성모 성당



아스트로가 풍경




주교궁, 가우디



미사 드린 성당



아스트로가 저녁 풍경



https://maps.app.goo.gl/XYuMT3SFerPwLAzL7


https://maps.app.goo.gl/QxP51sZLyDny2xPL9


https://maps.app.goo.gl/PJaMPKVP6AVMmcSN8


https://maps.app.goo.gl/CazrcaTo8HMgcRaD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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