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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Mar 20. 2024

40)라바코야-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2023.10)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10.23.월


라바코야에서도 평소처럼 눈이 일찍 떠졌다. 십 키로 밖에 되지 않는 길이어서 급할 것도 없는데, 나는 급히 눈이 떠졌다. 최대한 밍기적밍기적 거리며 준비를 했다. 산티아고까지 꽤 가까운 거리인데도 새벽부터 출발하는 사람이 많아 신기했다.


짐을 적당히 꾸려서 주방으로 갔다. 에밀리아 언니와 연락을 조금 주고받았다. 해가 뜨면 출발해야지 싶었는데 해가 뜨지 않는다. 8시 50분이 넘어도 해가 뜨지 않아 그냥 길을 나섰다.


안개가 짙었다. 해는 떴는데 짙은 안개가 마을로 내려와 걷는 길 내내 안개 속이었다. 비현실적인 길을 걸었다. 이대로 안개 속에서 길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걷고 걸어 멀리 도시가 보였다. 산티아고 직전 도시였다. 이제 다 와간다. 그때부터 갑자기 도착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면 이 길은 끝나고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계속 걷고 싶었다. 이런 마음이 들 줄이야. 나도 내 마음에 놀랐다.


산티아고 직전 마을인 몬테 도 고조는 아주 가까워서 거의 한 도시나 다름없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몬테

마을이 왜 안 끝나는지 투덜거리고 있었다. 도시를 지나가는 길이 제일 힘에 부쳤다.


투덜거리며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건물과 건물

사이로 산티아고 대성당 종탑이 보였다! 그렇다. 나는 이미 산티아고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두 눈에 불덩이가 내려앉은 듯 뜨거워졌다. 눈물을 삼켰다. 아직 아니야. 도착하면 울자. 아직 울지 말자.


그리고 드디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다.


도착해서는 눈물 뺄 겨를도 없이, 가까이 보이는 한국인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찍고 급히 12시 미사에 들어갔다. 짐은 근처 매장에 보관 맡기고. 미사 들어가 미리 가 계신 대모님 부부께 인사 드리고. 앉을 자리를 찾았다. 사진을 찍어주신 한국인께서 여기 자리 있다고 불러주셔서 앉을 수 있었다.


미사가 시작되고 오르간으로 시작성가가 울리는데 울컥.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눈두덩이로 올라온 눈물는 참을 수 있었는데. 목구멍으로 울컥 올라온 눈물은 참을 수 없었다.


간신히 눈물을 멈추고 미사에 임했다. 그리고 그날 미사는 향로미사였다. 도착하여 첫 미사를 향로미사로 드린 것이다. 그 은총에 감사드리며. 미사를 마친 후 산티아고 성인 유해 경배까지 마쳤다. 그리고 si언니를 만나 밥 먹으러 갔다. 언니는 빠에야 맛집이 있다며 나를 데리고 갔다. 우리는 도착한 기쁨을 나누었다.


그리고 다시 광장으로 올라와 사진찍고 놀다가 또 아는 한국인 순례자분들을 만났다. 나는 배낭을 두러 체크인하러 알베르게 갔다가 합류하기로 했다.


체크인 한 김에 바로 옆 순례자 사무소에 가서 완주증을 받았는데. 실수를 해서 다음 날 또 갔다.


여튼. 카페로 가서 맥주 한 잔으로 즐겁게 도착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시 si언니와 둘이 남아 빨래방도 갔다가 어느새 저녁이 되어 헤어졌다.


나는 저녁은 대모님 내외분과 먹기로 한 것이다. 두 분이 지내시는 에어비엔비 숙소로 갔다. 나 온다고 소고기랑 와인을 준비해주셨다. 무엇보다 로메인상추 겉절이는 정말 최고이다!! 기쁨과 감사가 가득한 산티아고였다.


내일 더 챙겨 먹으라고 감저전을 챙겨주셨는데, 감자전 덕분에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분들과 나누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보다 먼저 들어와 계시다가 내일이면 떠나는 선생님은 미국에 살고 계시고 혼자서 꽤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오랜 여행의 꿀팁을 마구 알려주셨다. 그분의 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나)는 착하게 생겼어. 그래서 뭐든 더 알려주고 싶어.' 오랜 외국 생활로 서툴어진 한국말이었지만, 그 말씀이 참 감사했다. 정말로 그분은 여러 꿀팁을 알려주시고 내일 아침도 만들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또 꼭 아프리카에 가보라며 당부를 하셨다. 아프리카. 언젠가 갈 수 있기를.







안개 속을 걷는 마지막 날 걷기




안개 속 공원을 지나




도시를 지나다보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도착!




곧바로 들어간 미사는 향로미사!




�‍♀️��



https://maps.app.goo.gl/dG7MDV11Hi7wgXby9


https://maps.app.goo.gl/AZ7S7HEpyfuhc8s89


https://maps.app.goo.gl/g1HXG5XsDG729qh88


https://maps.app.goo.gl/3rSxe1P3MeLT5rfP9


https://maps.app.goo.gl/YGtoqKGxfFfefjH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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